증권사, 자체 신용보증한 ABCP 매입 안 했는데 최근 매입 가능 통로 열려
“증권사 운신 폭 넓어져 단기 시장 진정 효과 기대돼”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 183조 2항을 검토를 마쳤다. 해당 항은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는 기업어음증권을 매매하거나 중개·주선 또는 대리하는 경우) 기업어음증권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의 지급보증을 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매매·중개·주선하는 증권사는 해당 ABCP에 대해 지급보증, 즉 손실을 보전하지 말라는 뜻이다. 투자자의 자기 책임이 밑바탕에 깔렸다.
이 때문에 그간 증권사에서는 신용보장한 ABCP를 매입할 수 없었다. 해당 ABCP가 차환에 실패하면 또 다른 사모사채를 발행해 대출 형식으로 내주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183조 2항은 매매·중개·주선하는 과정에서 지급 보증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이라고 입장했다. 이미 지급보증한 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이행하는 과정, 즉 차환에 실패한 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이행하는 것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사가 지급보증할 거라고 한 건은 증권사가 떠안아도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권 해석은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이 마르면서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ABCP의 만기가 돌아왔을 때 투자자에게 상환하면 상관없지만, 돌려줄 자금이 없어 차환까지 했지만 이에 실패할 경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과정에 투기 수요도 있어서 금리가 굉장히 높게 오를 수 있다”며 “만약 누군가(증권사) 나서서 해당 ABCP를 가져가면 가격 결정 기능이 상실된 시장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공급자로서 신용 보강을 한다고 했으니 중간에 잠깐 인수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BCP 매입 범위 확대로 유동성 공급에 원활해진다면 단기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신용보증한 건을 매입까지 할 수 있어 대형 증권사는 더욱 활동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해석은 채권 시장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도 기획재정부, 금융위, 금융감독원은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을 결정했다. 펀드를 통해 CP는 물론 회사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달 초 채안펀드는 800억 원의 여전채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