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등에 힘입어 반등 랠리를 이어가자 서학개미가 빅테크 ·IT 관련주를 중심으로 미국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변동 장세인 만큼 성장주 투자와 환차손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종목은 모두 빅테크와 IT 관련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이 종목은 테슬라(2억4102만 달러)다. 두 번째는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상장지수펀드(ETF)(TQQQ)로 1억3600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이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4961만 달러)와 아마존(3700만 달러), 애플(3698만 달러), 메타(2224만 달러) 등 순으로 높은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 같은 매수세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등이 ‘역대급’ 훈풍을 맞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에도 나스닥지수는 209.18포인트(1.88%) 오른 1만1323.33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미국 반도체 업종의 대표 주가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82.39포인트(3.08%) 오른 2754.90으로 장을 마쳤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S&P 500 주당순이익(EPS) 모멘텀을 기준으로 보면 4분기가 수축 국면의 시작인 셈”이라면서 “2008년과 2016년, 2020년 어닝 리세션 초기에도 S&P 500 대비 성장주는 상대 강세를 보였다. 가치주와 비교하면 성장주의 상대 강세는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변동 장세가 지속하는 시점인 만큼 성장주 위주의 투자 전략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그간 뉴욕증시의 추세 전환을 만들었던 중요한 요인은 ‘통화 정책’”이라며 “현재 성장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적절하긴 하지만, 당장 매수를 확대하기보다 (통화 정책) 조정이 나올 때 추세 반등이 시작됐는지는 좀 더 면밀히 판단한 뒤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달러 가치 하락도 서학개미에게는 위협 요인이다. 환차손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한 이후 달러화 가치는 하락세다. 한때 1500원 선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00원 대로 떨어졌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가 주춤하고 있는데, 단순하게 보면 올해만큼 강한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전쟁,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 극단도 계속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특히 서학개미가 빅테크‧IT 관련 인버스‧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종목을 적극 매수했다는 점은 더욱 우려를 키우는 분위기다. 순매수 상위 종목인 3배 추종 관련 ETF는 환차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학개미 순매수 3위를 차지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의 경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일일 상승폭의 3배를 역으로 추종해 현재 하락폭이 상당하다. 이날 기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한 달 전보다 27.40% 올라 해외 주요국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해서다. 여기에 '지수 3배 역추종'에 의한 환차손까지 겹치면 서학개미에게는 ‘재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원은 “오늘만 해도 떨어지던 환율이 오르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구간을 지나고 있는 만큼 환율전망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미국 증시에 투자한다면 환헤지(위험 회피)를 하고 투자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