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원내대표 “양향자 의원이 위원장 하는 특위는 반대”
野 “특정 종목에 대해 국회 차원 아닌 상임위 차원서 다뤄야”
국회 산자위 계류 중인 K-칩스법 통과 여부도 냉랭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를 넘어 올해 하반기 국회 차원의 상설 특위를 꾸리겠다던 여당의 계획이 무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양향자 의원(무소속)의 특위 참여를 반대하면서다. 야당이 양 의원을 문제 삼으면서 3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도 엎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복수의 국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14일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국회 차원의 반도체특위를 제안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거절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특위를 제안하자 박홍근 원내대표는 ‘왜 반도체만 그러냐’고 항변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럼 첨단기술로 특위를 구성하면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며 “민주당 측에서는 양향자 의원이 참여하면 안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수완박 때의 앙금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여야 간 여러 특위가 논의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민주당이) 특위를 하는 것을 반대하는 건 아니고 양향자 의원이 위원장으로 (특위를)하는 것을 꺼린다”고 전했다.
양 의원은 지난 4월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추진할 당시 반대 입장을 보이며 복당 신청을 철회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제안한 반도체 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지난 8월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담은 K-칩스법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당 의사결정 구조를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정 개인 한 명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박 원내대표가 반도체특위를 거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특위 제안이 거론된 적은 있지만 “양당 원내 지도부 간 공식 주요 안건에 특위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원내대표 간 회동 자리에서 의견 교환 차원일 뿐 공식 안건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특위가 아닌 상임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 중 특정 종목 하나만 갖고 별도의 특위를 만드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도체 관련 주요 법도 통과됐고 국회(상임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양향자 반대’ 기조에 K-칩스법 통과를 둘러싼 여야 분위기도 냉랭하다. 이번 회기 내 통과를 목표하는 K-칩스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산자위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 차원에서 반대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 명확하게 무엇을 반대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이것저것 안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 심사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법인세 관련해서는 반대를 하고 있다”며 “반도체 분야는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지금 설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역시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산자위에서 양향자 의원 법안을 한 번도 지연시킨 적이 없다”며 “이미 반도체 특별법도 있고, 양 의원은 개정 의견을 내놓고 마치 없는 법을 만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의견이 있어서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한다”며 “수도권에만 특례구역을 만들고 대학에서 정원을 함부로 늘리도록 만들어 주면 되겠냐. 반도체도 균형 발전적인 배려가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