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중러 반대에 빈손…북중러 단합 재확인만
궁지 몰아 담대한 구상 유도하는 尹 전략 차질
"김여정 이미 담대한 구상 일축…압박은 군비경쟁만 부추겨"
"담대한 구상 아닌 담대한 대화 필요…비핵화 전제로는 어려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가 무산됐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속에서 담대한 구상이라는 출구를 내주는 윤석열 정부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안보리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자정인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로 공개회의를 열었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결국 빈 손으로 끝났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담화에서 언급할 만큼 중러가 돌아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북중러 단합만 재확인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대북지원책인 담대한 구상을 강조해왔다. 한미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핵까지 포함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면서도 담대한 구상이라는 대화의 문을 열어둬 궁지에 몰린 북한이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전략은 국제사회의 최고조 압박이 전제가 돼야 했고, 안보리에서 중러가 북한에 등을 돌리고 제재에 참여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역할을 요청했고, 시 주석이 ‘건설적 역할’을 언급해 기대를 모았다. 안보리 공개회의를 앞두고도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와 통화해 협조를 요청키도 했다.
안보리가 허탕을 친 지금 북한에게 담대한 구상에 응하도록 외통수로 모는 전략은 사실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출구로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은 이미 담대한 구상을 허무맹랑한 제안이라고 일축한 바 있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한미일 압박 공조를 강화하더라도 출구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한미일 압박은 중국 견제라는 성격 때문에 북중러와 한미일의 군비경쟁만 부추기게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8월 1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에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전 대통령)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고 폄하했다.
양 총장은 이에 대북 압박보다 대화에 무게를 싣는 정책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건 담대한 구상이 아니라 담대한 대화”라며 “담대한 구상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는 전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 현장에 자신의 딸까지 데려온 상황에서는 어려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