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동경영을 하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의 지배 구조를 둘러싼 지분 경쟁 상황에서 영풍정밀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분 1%가 아까운 상황에서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49%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11월 제출한 고려아연 분기 보고서에도 영풍정밀이 주주사로서 회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명시했다.
고려아연은 지분 싸움이 치열하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장형진 회장 일가와 최윤범 부회장 일가의 지분 격차는 17.64%로 지분 경쟁과는 거리가 먼 차이였다.
그러나 지난 8월 한화H2와 한화임팩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고려아연 지분 6.88%를 확보했고, 최근엔 LG화학, 한화, 트라피구라(세계 2위 원자재 업체) 등과 잇따라 자사주 교환 등을 하며 빠르게 우군을 확보했다. 여기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선내화까지 참여해 지분싸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최 부회장 일가와 우호주주 지분을 모두 합치면 28.68%로, 장 회장 일가와 영풍 지분 등을 합친 31.39%에 단 2.71%가 모자란 상황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전량 처분(교환)으로 최대주주(장 씨) 그룹과 우호지분을 포함한 2대 주주(최 씨)그룹 간의 지분율 차이가 3%대 내외로 축소됐다”면서 “계열분리에 대한 양측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추후 추가 지분 확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과 장 회장이 서로 지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1.49%를 직접 매입하려면 약 1900억 원 정도를 투입해야 한다.
반면, 영풍정밀은 최 부회장 일가가 29.5%, 장 회장 일가는 22.1%를 보유 중인데 시가총액이 2500억 원대로 크지 않다. 소액주주 지분도 총 발행 주식(1574만 주)에 44.6%(702만2273주)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을 매입하기도 훨씬 쉽다.
장 회장 일가가 영풍정밀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보유 지분 8% 정도가 필요한데, 시가총액을 따져보면 200억 원 수준이다. 이에 고려아연을 직접 매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우호 지분을 가져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풍정밀을 보유한다고 해도 아직 지분 경쟁에서 밀리는 만큼 최 부회장 일가가 우군 확보를 위한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희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 씨 일가의 안정적 경영권을 위한 것이라면 올해 12월 말까지 최대주주가 되어야 한다”면서 “유상증자 선택지를 다시 한번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