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 8.3% 줄고 판매도 7.8% 감소…반도체 0.9% 증가했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크게 감소하고 내수 부진도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10월 기준으로 광공업과 소비 등 실물경제 지표가 코로나19 사태 직전으로 되돌아갔고,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 부진에 자동차 생산과 소비도 주춤했다. 다음 달에도 화물연대 파업 등 여러 악재가 경기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제조업을 비롯한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 3.5%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던 2020년 5월(-7.3%)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광공업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10월 수출이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중국 수출 악화 등으로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제조업 생산도 함께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는 경승용차, 대형버스 등 완성차 생산이 줄어 7.3% 감소했고, 기계장비도 반도체 조립 장비, 웨이퍼 가공 장비 생산 등이 감소해 7.9% 줄었다.
소비에서는 승용차 판매지수도 7.8% 감소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9월 국산차 및 수입차 판매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승용차 판매지수는 9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9.6%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9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내수판매는 국산차와 수입차가 1년 전보다 각각 23.7%, 20.4%씩 증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일부 차종이 생산 중단돼 있었고,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좋았던 레저용 차량(RV) 승용차도 생산이 둔화하면서 완성차, 부품 생산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지엠(GM)의 경차 스파크와 말리부, 트랙스 등은 9월 단종돼 생산이 중단됐다. 다만, 자동차 생산은 최근 별다른 악재가 없어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자동차에 이어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0.9% 늘었다. 다만 이는 최근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면서 그동안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해왔던 것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반도체 생산은 7월(3.5%)부터 8월(12.8%), 그리고 9월(4.5%)까지 3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어운선 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이 소폭 증가로 돌아섰는데,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에 따른 상대적 반등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업황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은 중국 봉쇄 조치에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정보기술(IT) 수요도 줄면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2023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국내외 수요 둔화로 4.9% 감소하고, 수출도 올해 증가세(1.6%)에서 큰 폭의 감소(-9.9%)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2.7%포인트(p) 하락한 72.4%로 나타났다. 생산 능력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가 불확실하다 보니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4% 감소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 심의관은 "재고 감소는 반도체 재고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줬다"며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수요가 둔화돼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그래서 재고가 쌓였는데 생산을 줄이면서 재고가 조정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 모두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향후 경기 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글로벌 경기둔화, 반도체‧부동산 경기하강으로 수출‧투자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강도가 제약되면서 향후 경기흐름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생산 측면에서는 수출 감소세 지속,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영향 등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