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경직적 '나이' 기준 역차별 초래…서민금융 '소득' 기준도 현실화해야
정부에서 새로운 청년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뜻하지 않게 아내와 세대 차이를 느낀다. 청년도약계좌(금융위원회), 청년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 등 청년이란 이름이 붙은 대부분 정책은 지원대상이 만 34세 이하여서다. 이 기준에서 아내는 아직 청년이고, 난 청년이 아니다.
상당수 청년정책은 ‘나이’를 청년의 기준으로 삼는다. 많은 정책이 ‘34세 이하’를 청년으로 보지만, 일부 정책은 ‘29세 이하’ 또는 ‘39세 이하’를 청년으로 본다. 과거에는 통계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15~29세가 청년으로 여겨졌지만, 대졸자들의 졸업·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지방의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정책마다,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마다 탄력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나이가 기준이란 점은 같다. 고작 ‘한 살’ 때문에, 정책 수혜자가 갈린다.
정책대상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쟁점은 그 기준이 합리적인가다.
대기업에 다니는 34세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35세보다 저축이 어려울까. 부모 지원을 받아 ‘자가’로 신혼생활을 시작한 34세가 ‘월세’로 신혼생활을 시작한 35세보다 자산 마련이 간절할까. 의문을 제기하자면 끝도 없다. 내 주변만 봐도 34세보다 가난한 35세 이상이 널렸다.
대납이나 악용이 가능한 것도 문제다. 우리 부부도 아내가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한 뒤 저축액을 내가 대납한다면 실질적인 가입자는 내가 된다. 대출을 갚는 게 급해 결과적으로 저축을 포기했지만, 아마도 아내가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했다면 돈은 내가 냈을 거다,
정책대상 기준이 비합리적인 사례는 숱하게 많다. 대표적인 게 소득 기준이다.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이상 주택금융공사) 등 정책금융은 소득으로 지원대상을 나눈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7000만 원 이하, 디딤돌대출은 6000만 원 이하다. 자산은 따지지 않는다. 소득이 기준에 미달하나 수억 원 현금을 보유한 신혼부부는 저금리 대출로 집을 사고, 소득이 기준을 초과하나 현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는 시중은행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가령, 소득 기준선을 애매하게 초과하는 신혼부부가 3억 원을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고정금리) 방식으로 대출한다면, 시중은행을 이용함으로 인해 월 상환금액이 30만~40만 원 늘어나게 된다. 소득을 줄여야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나는 아이러니다.
무엇보다 기준 내에서도 정책을 활용 가능한 대상이 제한적이다. 저축이든, 내 집 마련이든 소득 흑자와 자산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전반적인 청년·서민정책은 수저의 색깔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진다.
청년·서민정책은 지난 10~20년간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이제는 양보다 질을 따질 때다. 촘촘한 기준을 마련해 ‘절실한 사람에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청년도약계좌의 ‘34세 이하’ 기준을 ‘고용보험 가입기간 3년 미만’으로 바꾸는 게 한 예다. 이 경우, 청년층 대부분을 포함하면서 35세 이하 취약계층까지 지원할 수 있다. 정책금융은 소득 기준과 자산 기준을 함께 활용하는 게 지금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자산의 소득 환산치를 소득평가액에 합산하는 ‘소득인정액’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답은 없다. 국회와 정부,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토대로 합리성, 효율성, 형평성 등을 따져 최적의 대안을 고르면 된다. 중요한 건 문제를 인식하고, 이제라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35세 이상 취약계층, 자수성가한 흙수저를 배제하는 게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