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의류·섬유 적용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재검토 연구용역 발주
정부가 의류·섬유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를 적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섬유제품에 대한 국제 흐름에 발맞추는 것은 물론, 하루 버려지는 옷의 양이 최소 225톤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꺼내 들만한 카드다.
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제안서엔 "폐의류와 폐섬유 등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해달라"라는 요청이 담겼다.
이 제도는 제품 생산자에게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물리는 제도다. 생산자는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사용 후 발생한 폐기물은 소비자의 책임이었으나, 이제는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2003년 1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의 대상은 형광등·타이어 등 8개 제품군과 종이팩·금속 캔·유리병·합성수지 포장재 등 4개 포장재 군이다.
2018년에도 의류와 섬유에 제도 적용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실제 적용되지는 않았다.
당시 정부는 이에 대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가 위해성이 있는 것을 관리하는 제도인데, 폐의류는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의류에 대해서는 제도로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편익이 있기 때문에 재활용센터에 자율적으로 처리를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입장을 바꿔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국제 흐름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준의 규제를 준비 중이다. EU 집행위원회가 3월 30일 발표한 '지속 가능하고 순환적인 섬유 전략'에는 2030년까지 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섬유제품은 '내구성 있고 수선과 재활용이 가능해야 하며 상당 부분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EU는 이 전략을 발표하면서 '섬유의 소비'가 식량, 주거, 이동에 이어 환경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4번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연에 유출되는 미세플라스틱 35%가 섬유제품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버려지는 옷의 양을 고려하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도입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 폐의류 발생량은 약 8만2422톤에 달한다. 하루에만 버려지는 옷이 225톤이라는 의미다. 폐섬유 발생량 역시 2만7083톤 수준이다.
문제는 이 발생량이 다른 쓰레기와 분리 배출돼 당국이 파악한 양이라는 점이다. 다른 쓰레기와 섞여 버려진 양까지 따지면 폐의류·폐섬유 양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재작년 생활(가정)폐기물 가운데 종량제봉투 등에 담겨 혼합 배출된 폐섬유는 37만664톤으로 추정됐다. 이 중 재활용된 양은 2만1433톤으로 5.8%에 불과했다. 사업장에서 버려진 섬유는 6만6099톤이었다.
의류 관련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적용에 대해 재활용 업체 관계자는 "섬유 재활용 기술의 확산으로 이어져 섬유 제조 업체들의 장기적인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섬유 기업이 자사의 제품으로 고객과 함께 환경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