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동조 뜻 밝히면서 악화일로
“공기 지연 직결…입주 늦춰질 수도”
“언론 등에서 시멘트 수급 정상화라고 하는데 전혀 체감되는 바가 없다. 레미콘 믹서 트럭 10대를 주문하면 1~2대 들어올까 말까 한 상황인 데다가 계획한 양만큼 타설하지 못해 철근팀, 알루미늄폼팀, 형틀팀이 열흘째 못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멘트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 (수도권 건설현장 현장소장)
금리 인상, 원자잿값 급등, 자금경색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건설업계가 또 다른 악재에 직면했다. 건설현장의 경우 주로 동절기 이전에 골조공사를 마치고 내부 작업을 시행하는데 필수 자재인 시멘트와 콘크리트가 끊기면 전체 공정이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일 본지 취재 결과 정부가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 차량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 엿새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대 강’ 대치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가 동조 파업 뜻을 밝히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앞서 건설노조는 2일 화물연대 파업 지지를 선언하며 동조 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6일 총파업·총력투쟁대회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전국의 건설기계 2만5000대가 멈춰설 것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열흘간 시멘트·철강·자동차·석유화학·정유 등 주요 업종에 총 3조263억 원 규모의 출하 차질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시멘트 업종의 경우 출하 저조로 레미콘 생산량이 평시의 20% 수준에 그쳐 건설현장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다.
3일 기준 전국 1269개 건설현장 중 751개(59.2%)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주택 건설현장도 전체의 52.5%가 레미콘 공급 차질을 겪는 중이다.
건설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까 우려하는 한편, 혹한기 작업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공사현장에 대한 공기 연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겨울철에는 추운 날씨 탓에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충분한 보온 조치가 필요하다. 앞서 올해 1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의 주요 원인이 콘크리트 보온·양생 관리기준 미흡으로 지목되는 만큼 공사 안정성과도 직결돼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이 돼야 먹매김, 철근 배근 작업을 할 수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작업으로 꼽힌다”며 “대체 공정을 진행할 수도 없어 타설이 지연된 만큼 공기 지연으로 직결돼 입주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민주노총을 조직폭력배에 비유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해 단기간 해결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부산의 공동주택 공사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바닥 미장 공사가 중단됐고, 석고보드 등 주요 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타일 공사와 내장공사도 일부 중단사태를 빚고 있다”며 “신고된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과 긴밀하게 협조해 신속한 수사 및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