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를 좌우할 10대 테마·트렌드는?

입력 2022-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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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파트가 4월 3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황폐화됐다. 마리우폴(우크라이나)/로이터연합뉴스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3년째 씨름 중이다. 올해 '골칫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세계경제와 안보, 지정학을 뒤흔든 불안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인플레이션, 에너지 시장 혼란, 중국의 불확실한 코로나19 출구전략 등 여러 문제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주목할 만한 글로벌 10대 이슈를 소개했다.

1. 모든 시선은 우크라이나에

세계 경제를 뒤흔든 에너지 가격,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모든 문제의 해법이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우크라이나가 빠르게 영토를 탈환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했지만,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집중 공격해 난방과 수도를 마비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혹독한 겨울, 전세 역전을 꾀하는 것이다.

에너지 대란을 부추겨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약화시키는 것도 푸틴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유럽연합(EU)은 5일 사상 초유의 러시아 원유 금수 조치에 착수한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 차단이 목적이지만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수 조치에 앞서 EU는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0달러로 합의했다. 내년 1월 19일 도착분까지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러시아 원유 공급 감소에 따른 파장은 불가피하다. 러시아가 가격 상한제 참여국에 원유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에너지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2. 다가오는 경기침체

세계 경기침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주요국이 살벌한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후폭풍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세계 인플레이션이 10월 12.1%를 정점으로 꺾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역시 올 3분기 9.8%를 정점으로 4분기 9.5%, 내년 말 5.3%까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동안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다. 미국은 3월 금리 정상화에 착수해 제로이던 기준금리를 3.75~4%까지 끌어올렸다. 12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경우 올해 금리는 4.25~4.5%에 도달한다. 7월 유럽중앙은행(ECB)도 11년 만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서 9월과 11월까지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큰 폭의 금리 인상에도 소비와 고용이 받쳐주면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를 겪더라도 경미한 수준에 그칠 확률이 크다. 러시아 에너지 공급 감소 직격탄을 맞은 유럽의 상황은 다르다. 영국은 사상 최장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흥국 역시 강달러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숲에서 개간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주요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늘렸다. 영국 엑서터대 피에르 프리들링스타인 교수가 이끄는 세계탄소 프로젝트 연구팀은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량 연구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지난해보다 1%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에서 각각 0.9%와 0.8% 감소하는 반면 인도, 미국, 나머지 지역에서 각각 6%, 1.5%, 1.7% 늘어난다는 추산이다. 중국은 봉쇄 정책 여파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에너지 대란으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다시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성과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기후변화와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을 동시에 대응하는 해법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생에너지 발전 속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난 3~9월 EU 에너지 수요의 24%가 재생에너지로 충당됐다. EU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목표도 기존 40%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4. 중국 인구 경제정점

내년 4월 중국 인구가 인도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중국 인구는 14억2600만 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14억1200만 명으로 2위다. 그러나 내년 순위가 역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도가 중국 인구를 추월하는 것은 유엔 조사가 시작된 1950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저출산·고령화로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중국은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인구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1.3에 불과하다. 인구가 정점을 찍고 이미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인구 둔화세는 경제와 직결된다. 중국이 인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를 영원히 넘어설 수 없다는 평가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 미국의 86%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인구 문제를 이유로 2050년 다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5. 분열된 미국

미국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 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석을 차지하며 권력을 나눠 가졌다. 미국 상·하원 권력이 양당으로 쪼개진 만큼 정치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낙태권, 총기 규제 등 주요 사안을 둘러싸고 미국인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대법원 판결 후 미국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낙태법을 최우선으로 입법하겠다며 유권자에 호소했다. 하원 과반을 공화당에 내줬지만 ‘레드 웨이브’를 막았다는 점에서 낙태법 이슈는 미국 사회를 흔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총기규제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다수석을 잃은 상황에서도 총기 규제법 추진을 공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미국 사회 혼란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만 타이둥의 즈항공군기지에서 두 대의 F-5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타이둥(대만)/로이터연합뉴스
6. 주목해야 할 화약고

올 한 해 전 세계의 우려와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렸었다면, 내년에는 아시아 곳곳에서의 분쟁 리스크에도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곳이 대만과 중국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양안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행동’ 개시에 최적의 시기가 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대만이 공격을 받게 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서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는 점에서 대만과 중국의 분쟁은 미·중간의 분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분쟁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이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을 이뤄내면서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갈등과 중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일 영유권 분쟁도 내년 다시금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울 지정학적 리스크로 꼽힌다. 히말라야에서는 중국과 인도와의 국경 분쟁이 한층 더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핵 도발을 일삼는 북한 역시 내년 국제사회가 주목하게 될 화약고로 꼽힌다.

7. 변화하는 동맹

동맹 구축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처하려는 각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립 노선을 버리고 지난 5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챙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협력체) 등 새로운 동맹 체제가 잇달아 신설됐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의 중동권 영향력 억제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인도와의 새로운 외교 협력체 ‘I2U2’도 구성했다.

기존 협력·동맹 체제에 대한 변화 가능성도 포착되고 있다. 40년 넘게 이어져 온 주요 선진 7개국 협의체(G7)를 한국 등을 포함한 G12로 확대해 나가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과 맺은 관계 정상화 협정인 ‘아브라함 협정’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에 ‘프렌드 쇼어링(우호국·동맹국과의 공급망 구축)’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글로벌 경제에서도 거대한 기류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8. 보복여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완화 계기로 시작된 보복여행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해외 관광객 수는 60% 급증했으며, 2023년에는 30% 더 늘어난 16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당장 이코노미스트의 내년 전 세계 여행객 수 전망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8억 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여행 경비가 오른 영향 반영된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여파에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면서 출장으로 인한 해외 방문객 수 회복세가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전 세계 관광의 억눌린 수요 회복에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요소다. 코로나19 이전 전 세계 관광객 10명 중 한 명은 중국인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중국인 관광객이 두 배로 급증해 5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019년의 사상 최고 기록(1억5500만 명)에는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 메타버스 ‘리얼리티 체크’

단순한 비디오 게임을 넘어 가상세계에서 일하고 노는 ‘가상현실’은 진짜 ‘현실’이 될까. 테크 시장은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이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그리고 메타버스의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사업성은 내년 실리콘밸리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애플이 내년 초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큰 애플이 헤드셋을 출시하게 되면 메타버스의 성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애플의 첫 메타버스 진입과 더불어 현재 ‘메타버스’에 집중하고 있지만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메타플랫폼이 향후 전략을 어떻게 변경하느냐가 메타버스 시장에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했다.

10. 새해 뜰 새로운 전문용어

전 세계를 관통하는 전문 용어는 매년 새롭게 등장한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이전에는 ‘스파이크 단백질’,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등과 같이 전염병이나 백신과 관련된 전문용어들이 뉴스를 도배했고, 올해에는 전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 ‘대포병 사격’ 등과 같이 생소한 군사용어에 익숙해지게 됐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떤 전문용어가 뉴스 단골 메뉴가 될까. 이코노미스트는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수소의 색을 뜻하는 용어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의 색은 일종의 청정 등급이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냐에 따라 색깔 이름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해 추출한 수소는 ‘브라운수소’로 분류된다. 천연가스 사용해 추출한 수소는 ‘그레이 수소’, 소량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면 ‘블루수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생산된 수소는 ‘그린수소’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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