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발생공시 1년새 38→23건…횡령액 작년과 비슷해 피해액 ↑
올해 횡령·배임 발생 건수가 지난해보다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해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2019년부터 시행된 새 외부감사법이 거대 상장사에는 효과를 보였으나 중소형 상장사에는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는 총 23건이다. 올해 초부터 대형 횡령 사건이 불거지며 횡령이 도드라진 것에 비해 지난해 총 38건과 비교하면 줄어든 양상이다.
피해 금액은 올해 5268억 원으로 2021년 1조1816억 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1건의 발생 공시에서 나온 횡령액 6917억 원을 제외하면 피해액은 지난해 대비 오히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는 2020년 56건에 이어 지난해 38건, 올해 8일까지 23건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9년부터 시행된 신외부감사법이 효과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외부감사법은 △주기적 감사인지정제 도입 △표준감사시간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다만, 올해 횡령액은 지난해와 유사해 횡령·배임 건마다 피해액이 늘어난 모양새다. 또한, 전체 횡령 공시 중 코스닥 상장사의 비중이 65%에서 75%로 늘어 중소형 상장사에는 효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한국감사인연합회가 개최한 ‘최근 외부감사제도 개혁의 성과와 과제’ 포럼에서는 이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기업 외부 감사인을 강제 교체하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으며, 감사품질 제고 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이 큰 제도”라며 “제도 도입 후 스위스국제개발대학원(IMD) 회계 투명성 평가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잠시 올랐으나 2022년 평가 순위가 다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8일 IMD가 발표한 회계 투명성 평가에서 한국은 53위로 지난해 37위보다 16위 하락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현행 회계·외부감사 관련 제도는 전체 1.5%인 대형 상장사에만 적합하게 설계돼서 중소기업에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감사보수 급증, 감사인의 고압적 태도, 과도한 자료 요구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박언용 안진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은 “횡령 사건이 대다수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 수준을 낮추는 것은 횡령 등 부정 발생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내부고발 제도의 강화 등 다른 보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 9월부터 구성된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통해 회계개혁 조치들을 점검해 필요시 제도 완화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