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앞두고 당 장악하려는 의도
차기 당대표 2024년 총선 공천권 쥐기 때문
행안위원장 선출로 ‘이상민 지키기’와 경찰 압박 거세질 듯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무한책임을 강조한 뒤 잠행하던 장 의원은 대통령실 관저에서 만찬 후 앞장서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장 의원이 공개적으로 말하기 시작한 건 대통령실 김은혜·강승규 수석비서관이 ‘웃기고 있네’ 필담으로 지난달 8일 퇴장당했던 시점부터다. 당시 그는 “의원들이랑 통화했는데 부글부글하더라”라고 말하며 주호영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MZ세대 인기론’에 대해서도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굳이 안 해도 될 말씀을 해서 우리 당의 모습만 자꾸 작아지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주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장 의원의 공개 행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이 당을 움켜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갈등을 빚어 왔다. 이준석 전 대표와는 법적 다툼까지 하며 공개적으로 싸웠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 전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라고 지칭하던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후 등장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와도 겉으로는 화목하지만 묘하게 불편한 기색이 장 의원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 만찬 이후 전당대회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가 ‘2말3초(2월말 3월초)’로 잡혔다는 것은 현 지도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 아니겠나”고 말했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차기 당대표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권 중반기부터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여성가족부 폐지 등 국정과제를 잡음 없이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친유계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구를 중심으로 ‘윤심’을 업은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텃밭인 서울 서초구에서도 이복현 금감원장 등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출마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장 의원은 향후 이보다 더한 광폭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8일 의원총회에서 후반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으로 장 의원을 선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국회 상임위를 맡게 됨으로써 ‘이 장관 지키기’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의 경찰 압박 또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행안위원장이 내년 6월부터는 과방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만큼 MBC 등 진보 언론 때리기에 선봉 주자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