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20년 전 韓 러브레터 보냈던 美기자, 카타르서 사망

입력 2022-12-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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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에게 배정됐던 잉글랜드-프랑스전 취재석에 놓인 월의 사진과 추모 꽃다발(출처= 국제축구연맹(FIFA) 트위터 캡처)

20년 전 한ㆍ일월드컵에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보냈던 미국 스포츠 전문 기자가 카타르 월드컵 취재 도중 사망했다.

AP통신, ESPN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축구 기자 그랜트 월은 10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아르헨티나-네덜란드전 연장전을 취재하던 중 통증을 느꼈다.

그의 대리인 팀 스캔런은 “기자석에 있던 월이 연장전이 시작됐을 때 격심한 고통을 겪는 것처럼 보였다”며 “즉석에서 소생술을 시도했지만 결국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월은 49세를 일기로 토요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그의 여덟 번째 월드컵이었다. 월은 격무에 시달려 몸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숨지기 나흘 전 팟캐스트에서 “가슴에서 조임과 압박감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건강 이상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월은 카타르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감기 시럽과 이부프로펜을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큰 차도를 보이지 못했다.

다만 월의 형제는 살해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월은 건강했다. 그는 살해 협박을 받았다. 나는 내 형제가 갑자기 죽었다고 믿지 않는다”며 “(월이) 경기장에서 동성애자 지지를 의미하는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입장하려다 저지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월은 1996년 미국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이후 미국 스포츠 주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축구와 대학 농구 등을 주로 취재해왔다. 2020년 SI를 퇴사한 뒤에는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을 통해 구독자들과 교류해 왔으며, 카타르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는 홈페이지를 직접 개설했다.

그는 SI 기자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 취재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SI에 게재한 ‘한국에서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칼럼은 국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칼럼에서 그는 32일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며 자신을 ‘명예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불러도 좋다고 소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1일(한국시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월을 추모했다. FIFA는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월드컵 8강전이 열린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 취재석에 월의 사진과 꽃다발이 놓인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오늘 그랜트 월이 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배정받은 자리에 추모를 보낸다. 그는 여기 있었어야 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또한 서명을 통해 애도를 표했으며, 잉글랜드와 프랑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월의 추모 의식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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