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추락 영향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크립토컴페어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달 바이낸스를 비롯해 크라켄과 코인베이스 등 중앙집중식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 투자자들이 빼낸 비트코인이 9만1363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11월 평균 비트코인 가격 1만6400만 달러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총 15억 달러 어치(약 1조 9612억 원)의 비트코인이 거래소들을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기록상 가장 큰 비트코인 유출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올여름 가상자산 대출업체 보이저 디지털과 셀시어스가 연쇄 도산하자 코인 투자자들은 10월에도 7만5294만 개의 비트코인을 찾아갔다. 이달에도 지난 7일까지 4545개의 비트코인이 이들 중앙집중식 거래소를 빠져나갔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에만 64% 폭락해 현재 1만7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비트코인이 개인 지갑으로 옮겨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FTX 사태를 비롯한 각종 잡음과 함께 각국 규제 기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FT는 이들 중앙집중식 거래소들이 FTX 등 관련 업체들의 줄파산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도 가상자산 업계 전망에 대한 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11월 말 미국 상장사인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올렸다. 무디스는 지난주 “가상자산 가격 하락은 코인베이스의 자금 조달 능력을 제한하고, 고객 수요를 제한할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현저히 낮아지면 중앙집중식 금융회사의 신용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로버슨 스탠다드차타드(SC)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비트코인 매도세는 누그러졌지만, 매도세로 인한 피해는 이미 발생했다”면서 “코인 투자자들의 고통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며, 점점 더 많은 가상자산 회사와 거래소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더 많은 파산이 발생,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