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연준의 ‘단일대오’...금리인상 두고 ‘균열’

입력 2022-12-13 17:44수정 2022-12-1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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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내년 연준의 금리 행보다. 연준 내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의 올해 금리 인상 움직임은 단호했다. 40년래 최고치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섰다. 3월 제로금리를 포기하고 금리인상에 착수, 9개월 만에 4.0%까지 끌어올렸다. 연준은 거침없는 긴축 과정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했다.

마지막 금리 인상에도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빅스텝에 나설 경우 금리는 4.25~4.5%가 돼 15년래 최고치로 치솟게 된다.

고민은 그 다음이다. 인플레이션 오름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도는 물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를 두고 전망이 달라서다. 연방기금금리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는 점도 연준 위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씨티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네이선 쉬츠는 “연준 위원들은 실업률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이게 금리를 어느 정도까지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 이견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긴축을 유지해야 한다와 할만큼 했고 내려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시기별 금리인상 사이클.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연준 내 비둘기파는 물가가 계속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자리 타격을 최소화하고 싶어한다. 이들은 팬데믹과 전쟁 등 예기치 못한 혼란이 높은 물가를 부채질했으며 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올릴 경우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을 우려한다. 올해 연준이 너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필요하면 추가로 긴축을 더 할 수 있다”며 “시스템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해야 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전제는 도움이 안 된다”며 “실업은 현실이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매파들은 물가에 자신이 없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임금을 변수로 보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내년 임금상승률이 5%에 달하는데 기업들은 이 정도로 근로자들을 붙잡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물가도 안정적인 수준으로 내리기는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임금상승률이 물가 목표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스톱 앤 고(stop-and-go)’ 트라우마도 남아 있다. 스톱 앤 고(stop-and-go)는 1970년대 초 연준이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던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물가가 조금 잡히기 시작하자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린 후폭풍으로 물가상승률이 13%에 달하는 부작용을 겪었다. 1979년 취임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극약 처방으로 초고강도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실업률은 1982년 10.8%까지 치솟았다.

물가와 임금 등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연준의 ‘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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