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캡틴’ 손흥민의 부친인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이 과거 겪었던 생활고를 전했다.
14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손 감독이 출연해 ‘어텐션’ 특집을 꾸몄다.
이날 MC 유재석이 과거 축구 생활에 대해 묻자, 손 감독은 자신을 ‘삼류 선수’라고 표현했다.
1986년 프로팀에 입단해 4년간 활동한 손 감독은 통산 37경기 출전, 7골을 기록한 공격수였다. 그러나 그는 “무늬만 프로였다. 어디 가서 내가 ‘나 축구 했다’고 내 입으로 말해본 적이 없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손 감독은 왼발을 잘 쓰고 싶어서 자신의 오른쪽 발에 압정을 넣어 연습했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신발 혀 쪽에 압정을 꽂아 오른발을 쓰면 찔리도록 했다는 것.
손 감독은 “왼발을 써야 할 때 오른발을 쓰면, (그만큼 시간이 걸려) 상대가 쉽게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양발이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왼발을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어렸을 적 운동 시작할 때부터 왼발부터 씻었다. 양말이나 신발 신을 때, 옷 입을 때도 왼발부터였다”며 “경기장 들어가서 공 터치할 때도 왼발 먼저였다. 슈팅 연습도 오른발보다 왼발 연습을 1.5배 많이 시켰다”고 부연했다. 손웅정은 자신이 삼류였기에 아들 손흥민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를 바꾸려면 원인을 바꿔야 하지 않나. 내가 했던 대로 접근하면 나 같은 선수 밖에 안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손 감독은 부상으로 프로 데뷔 4년 만인 28살에 조기 은퇴했다. 그는 “내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 89년도 경기 중 발뒤꿈치에서 ‘빡’ 소리가 났다. 참고 뛰었는데 그게 부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전반 3분 정도 남았었다. 멀리서 공이 전개돼서 오는 거다. 순간 저도 모르게 7~8m 들어갔는데 공이 와서 내가 헤딩으로 3대 3을 만들고 나와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 골이 손 감독의 마지막 골이 됐다고.
은퇴 이후 생활에 대해 묻자 손 감독은 “내가 아는 것도 배운 것도 없으니 막노동판에 가서 일도 하고 사글세 살고 했다. 흥민이 어렸을 때 컨테이너에서 살았다”고 밝혔다. 그는 “건물 지하실에 들어가서 방수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3일 정도 무릎으로 기어 다니면서 고인 물을 퍼낸 뒤에 방수 작업을 해야 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손 감독은 막노동을 비롯해 헬스 트레이너, 초등학교 방과 후 강사, 시설관리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생활했다. 유재석이 “프로 선수였는데도 생활고에 시달리신 거냐”고 묻자 손웅정은 “많이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손 감독은 손흥민이 지난달 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 안와골절상을 당해 수술받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뒷이야기도 전했다. 당시 손흥민은 안면 보호대를 착용하고 카타르에 입성,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을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손 감독은 “쓰러진 뒤 얼굴을 보니 함몰됐더라. ‘골절이구나’ 하는 동시에 ‘월드컵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흥민이도 같은 생각을 했다더라. 수술 날짜를 최대한 당겨 달라고 했다.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계속 얼음을 대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부기가 빠져 수술 날짜를 하루 앞당길 수 있었다”고 했다.
해당 방송 녹화는 월드컵 조별 예선이 진행되는 도중 진행됐다. 엄격하기로 잘 알려진 손 감독도 이번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더 앞서 사력을 다했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선수들이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건 국민과 축구 팬들이 엄청난 성원과 힘과 사랑을 보내줬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그게 축구의 발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