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안건 올랐음에도 간단히만
'5년 일몰제' 한전법 합의 여부 관건
전기본은 다음 회의…고준위는 내년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부결의 후폭풍이 매섭다. 새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과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고준위방폐법) 논의가 멈췄다. 국회는 한전법부터 처리하고 나머지 사안들을 협의할 계획이다. 고준위방폐법은 올해를 넘겨 내년까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소위에서 고준위방폐법을 안건으로 올리되, 공청회 등 구체적인 법안 논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 또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을 위해 필요한 보고도 이날 전체회의에선 무산됐다.
국민의힘 산자위 간사를 맡은 한무경 의원은 통화에서 "고준위방폐법의 공청회 날짜는 아직 못 잡았다. 한전법을 해놓고 하려고 한다"며 "공청회 날짜 등은 여야 간사끼리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위에선) 한 번 법안을 보는 정도일 것이다. 날짜는 여야 간사들이 합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산자위는 한전법을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현재 여야 간사끼리는 한전의 사채 한도를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늘리는 기존 법에, 민주당이 낸 일몰제 안을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3년 일몰제가 아니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의견을 반영해 '5년 일몰제'로 가닥을 잡았다.
한무경 의원은 "여야 간사끼리는 5년으로 합의가 됐다. 소위에서 통과가 되면 전체회의를 바로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위에서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한전법의 합의가 가스법, 반도체법은 물론 고준위방폐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전법에 밀려 고준위방폐법 논의가 늦어지고, 10차 전기본 확정도 늦춰지면서 정부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핵폐기물 포화가 빨라지는 만큼 고준위방폐법이 시급한데, 논의의 첫 발조차 떼지 못한 상태다. 10차 전기본도 올해 안에 처리하기 위해선 상임위가 빨리 열려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만약 한전법이 지난 본회의 때 예상대로 통과했다면, 고준위방폐법 공청회는 이번 주초에 열릴 수도 있었다. 전기본 역시 전체회의 때 보고 후 전력정책심의회 단계까지 넘어갔을 가능성이 컸다.
다행인 점은 10차 전기본이 다음 전체회의 때 안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법안이 급해서 다음번 전체회의 때 전기본 보고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산자위 한 의원은 "다음번 전체회의나 연말로 미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고준위방폐법이다.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임박했음에도,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방폐장 건설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적어도 내년 초에는 법안이 통과돼야 고준위방폐물 처리가 원활해진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이 고준위방폐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생겼다. 지난해 관련 법을 발의했던 김성환 의원도 새 정부의 정책이 지난 정부와 달라져서 쉽게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공청회 진행조차 빨리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법안 논의는 진전이 없다.
민주당 산자위 한 의원은 "가장 큰 문제는 지난 정부 때 원전을 줄여나간다고 했고, 지금 정부는 줄이는 게 아니라 더 확대한다는 것"이라며 "부지별로 저장시설을 만들자고 하는 건 부지별로 폐기장 만들자는 얘기랑 같아서 지역에선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