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국의 자생식물에서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타미플루의 4배에 달하는 추출물을 발견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식물인 '붓순나무' 추출물에서 타미플루의 원료 물질보다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능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지난해 7월부터 전성호 한림대학교 교수팀 및 중소기업 '윗상'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찾아낸 붓순나무 추출물이 타미플루의 원료인 팔각회향 열매 추출물보다 인플루엔자에 대한 항바이러스 활성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붓순나무와 팔각회향은 같은 붓순나무 속 식물로, 팔각회향은 중국이 원산인 식물이지만 붓순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지역에 자생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붓순나무 잎 추출물과 팔각회향 열매 추출물을 비교 실험한 결과, 같은 양의 붓순나무 잎 추출물이 팔각회향 추출물보다 인플루엔자에 걸린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바이러스 유전자의 양을 4배 이상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세포에서 증식한 후 세포 밖으로 나가는 데 관여하는 뉴라미데이즈(neuramidase)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데 비해, 붓순나무 추출물은 바이러스의 초기 세포 감염을 억제해 서로 다른 과정으로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타미플루의 작용 방식은 이미 증상이 있는 환자의 증상 악화를 막거나 환자의 회복을 2~3일 앞당기는 효과를 가지나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반면 붓순나무 추출물과 같이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 초기 단계를 막는 방식은 위의 효과에 더해 예방적 차원에서의 선제 대응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간의 코로나19 대유행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기존의 바이러스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출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에 대해 올해 9월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내년 2월 항바이러스·약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투고할 예정이다.
이병희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장은 "붓순나무는 재배가 쉬운 편이라 원료 확보가 쉬울 것으로 보이며, 치료제 또는 원료제품으로 개발하는 사업화 방안도 관련 업계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신규 항바이러스 약품으로의 실용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손 세정제나 구강용 제품 등에 첨가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시기에 예방 차원에서의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