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규모 로또로 불렸던 아파트 보류지들도 외면받고 있다. 강북뿐만 아니라 강남마저도 몸값을 낮추고, 매각을 수차례 진행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매각에 빈번히 실패하면서 조합들의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15일 본지 취재결과 ‘응암제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지난 12일 은평구 응암동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보류지 3가구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올해만 벌써 6번째 진행하는 매각공고다. 지난해 역시 5차례 매각을 진행했지만 모든 물량을 소진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에 나온 3가구는 모두 전용면적 59㎡형으로, 지난 달에 매각되지 않자 다시 공고를 냈다. 매물 역시 최저 입찰가를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전용 59㎡A(120동 201호)의 경우 최저 입찰가는 7억9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매물 최저 입찰가는 4월 10억3000만 원→8월 9억3000만 원→11·12월 7억9000만 원으로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첫 공고였던 4월과 비교하면 23%(2억4000만 원) 내렸다.
그럼에도 현재 아파트값 하락국면에다 여전히 시세 대비 높아 여전히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해당 단지 전용 59㎡형(10층)은 10월 7억8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매각 대상 매물보다 고층인데도 1000만 원 낮은 가격에 팔린 것이다. 인근 시세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인근 단지인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59㎡형 현재 최저 호가는 7억6000만 원 수준이다.
강남권 역시 보류지 털어내기에 고전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대치르엘’은 지난달 보류지 2가구에 대한 3차 매각공고를 진행했다. 1차 매각 당시보다 2억 원 이상 낮췄지만 결국 매각에 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보류지가 주목받지 못하자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서대문구 홍은동 ‘홍은포레스트’는 지난달 보류지 2가구에 대해 매각을 진행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다시 유찰됐다. 올해만 3번째 공고다. 가격도 전용 59㎡B형은 9억6000만 원에서 8억6000만 원으로, 전용 72㎡B형은 10억6000만 원에서 9억5000만 원으로 각각 1억 원가량 낮췄다. 조합은 당분간 매각을 미룬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달 매각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다음 입찰은 보류했다”며 “지금은 단지 매물이 많이 나와 있는 상태라 소진되는 상황을 보고 다시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할인해도 팔리지 않자 조합으로서는 보류지가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다. 보류지 유찰이 계속되면 그만큼 조합 청산 일정도 뒤로 밀리게 될 뿐만 아니라 사업비 조달도 어려워진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류지는 현금으로 조달해야 하고, 잔금 납부 기간도 짧다 보니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면서 “계속 유찰되면 자금이 필요한 조합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보류지는 조합이 분양상황 변화에 대비해 일반분양하지 않고, 조합 몫으로 남겨둔 물량을 말한다. 전체 가구 수의 최대 1%까지 보류지로 남겨놓을 수 있다. 만 19세 이상 개인이나 법인 누구나 입차렝 참여할 수 있고, 청약 통장도 필요 없다. 다만 잔금 납부 기간이 짧은 만큼 자금조달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