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8개월이라는 긴 부진을 깨고 올해 LPGA 우승을 거머쥐며 활짝 웃은 프로골퍼 전인지가 이번에는 첫 그림 전시로 대중과 소통한다. 해맑은 미소와 긍정적인 태도로 팬들에게 ‘덤보’라는 애칭을 얻은 그는 15일 종로 본화랑에서 열린 전시 ‘앵무새, 덤보를 만나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10여년 간의 투어 생활을 덤보 캐릭터로 형상화한 자신의 그림을 다수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앵무새 작가’로 알려진 박선미 작가와 공동으로 그린 작품 11점 등을 소개하는 협동 형태다. 길어지는 부진에 은퇴 이야기까지 나오던 지난해 박 작가를 처음 만난 전인지는 “인지씨는 아홉 번째 지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박 작가의 한 마디를 듣고 용기를 내게 됐다고 했다.
‘아홉 번째 지능’은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 지능에서 나온 개념이다.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능력’으로 정리된다.
전인지는 “지금까지 여러 우승을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내가 호기심이 많고 스스로에게 질문도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런 감정을 진정성 있게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바로바로 스케치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 작품 대부분의 스케치는 지난 5~6월 중에 나왔다. 색을 입히거나 디테일을 더하는 등의 작업은 8월에 참여한 AIG 여자 오픈 이후까지 이어졌다.
전인지는 “훈련 때문에 그림 작업 시간이 많지 않아 걱정했는데 박 선생님이 상황을 이해하시곤 비행기에서 그릴 수 있도록 기내용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선물로 주셨다”면서 큰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내내 전인지의 곁을 지킨 박 작가는 “이번 전시는 전인지라는 선수가 어떻게 아티스트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여정”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직접 그림 설명에 나선 전인지는 박 작가의 고유한 앵무새 그림 위로 눈물을 흘리는 작은 덤보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 ‘Bird, Meet Dumbo’를 두고 “박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당시의 내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연이어 전시된 ‘되찾은 나’에는 웃음을 되찾은 덤보의 모습이 담겼다. 전인지는 “덤보 귀를 선물 포장지처럼 화려하게 그렸다”면서 “호기심이 가득하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되찾은 제 모습을 신나게 날아오르는 듯한 덤보의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 “전시회 마지막에는 27시간 동안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밥도 서서 먹었다”면서 치열했던 막바지 준비 과정을 전했다.
전인지는 “골프선수들은 각자의 취미생활로 (운동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그림에 대한 배움을 이어가 더 많은 걸 표현하고 담아낼 테니 이제 막 데뷔한 ‘작가 전인지’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앵무새, 덤보를 만나다’는 17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종로 본화랑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