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속편. ‘아바타2: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개봉 첫날인 14일 ‘아바타2’는 전 세계 약 36만 명의 관객을 모았는데요. 이 관객 수는 모두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왜냐구요? 현재 ‘아바타2’를 상영하는 국가는 딱 한 곳. 한국뿐이기 때문이죠.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의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긴 전투와 그 여정을 그리는데요. 전작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환경 파괴 위협 등에 맞선 두 사람의 로맨스를 다뤘다면, 이번 ‘아바타2’는 가족애를 주제로 했습니다.
또 ‘아바타2’는 3시간 10분의 긴 러닝타임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같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볼 때 길면 좋지 않냐”고도 했죠.
영화진흥위원회의 15일 오전 통계에 따르면 ‘아바타2’는 전날 35만9288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약 42억 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죠. 이 수치는 이날 전체 극장 매출액의 85.2%를 차지합니다.
개봉일 관람객 수로는 2009년 흥행 돌풍을 일으킨 ‘아바타(20만5000여 명)’를 거뜬히 넘어섰죠. 현재 예매 관객 수는 약 96만 명을 돌파한 상태인데요. 개봉 2일 차부터 100만 관객은 거뜬히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아바타2’는 이미 10월 국내에 ‘살짝’ 공개된 바 있습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8분가량의 풋티지 영상을 최초로 공개하는 특별 상영을 진행했죠. 제작자 존 랜도가 내한해 영화 주요 장면의 비하인드를 직접 소개했고요. 거기다 캐머런 감독까지 온라인으로 참여해 관객들과 소통했습니다.
그런데 ‘특별 공개’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최초 공개지로 한국을 꼽은 거죠.
9일 방한한 ‘아바타2’ 관계자들은 제작발표회를 통해 이런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캐머런 감독은 “첫 번째 영화가 한국에서 아주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을 알고 있다.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라며 “전 세계 영화 업계의 표준이 한국 시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한국 영화시장을 치켜세웠습니다.
미국 할리우드 대작들이 한국을 최초 개봉국으로 선정한 것은 ‘아바타2’가 처음이 아닙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크루엘라’, ‘스파이더맨3: 노 웨이홈’, ‘007 노 타임 투 다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이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됐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극장가가 침체해 한국 시장이 더욱 큰 지표로 떠오르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할리우드가 ‘세계 최초 개봉국’으로 한국을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배경은 아무래도 ‘수익’이죠. 한국이 아시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화시장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데요.
면적 대비로 따지면 인구가 적은 것도 아닌 데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쾌적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즐비한 곳이기 때문이죠.
실제 미국에서는 시내 중심가에 살지 않는 이상 영화 한 편 보기가 까다로울 정도인데요. 거대한 땅덩어리에 인구가 분산돼 쉽지 않죠.
이에 모든 환경을 갖춘 한국에서 개봉하게 되면 입소문을 타고 단기간에 관객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을 수 있게 됩니다. 한국 시장을 영화의 성패를 가늠할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삼고 있는 거죠. 그래서 ‘한국에서 흥행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먹힌다’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세계적 권위의 영화제 개최국이란 점도 한 몫을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평론가 못지않은 높은 관객 수준도 언급되는데요. 2013년 내한한 ‘토르: 다크월드’의 제작자 케빈 파이기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 이유로 “한국에는 영화 애호가들이 매우 많다. 한국은 큰 영화시장이고, 개봉한 영화들이 큰 흥행을 했기에 ‘어벤져스’에 이어 ‘토르’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 같아 전 세계 최초 개봉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할리우드 대스타 윌 스미스 역시 자신의 주연작 ‘애프터어스’의 한국 첫 개봉을 앞두고 “세계 어느 영화 시장보다 한국 영화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죠. 이번 ‘아바타2’ 제작자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존 랜도 프로듀서는 10월 풋티지 영상 공개 당시 “한국 관객들은 눈이 높다”고 말하며 한국 관객들의 선택을 받길 원했죠.
여기에 ‘기생충’, ‘미나리’ 등 전 세계에서 인정받은 영화가 나오고, 전 세계적 신드롬의 주인공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성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화 산업’의 메인 스테이지로 한국을 거론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어깨가 으쓱하는 이야기 속에 다소 반갑지 않은 이유도 숨겨져 있는데요.
2010년 ‘아바타1’ 개봉 당시,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가 온라인에서 적발한 불법복제 파일 수를 집계한 ‘웹보드 차트’ 1위가 ‘아바타1’ 였는데요. 일명 ‘해적판 아바타’가 온라인을 점령한 거죠.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한국과 아시아권의 불법 다운로드 기술에 의한 ‘지하개봉’이 순식간에 이루어져 그 피해가 막심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2’는 최고의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큰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게 첫 번째고 사운드도 있다”고 영화관에서 꼭 봐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한국 최초 개봉’이 마케팅 수단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한국의 시차가 미국 워싱턴D.C.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16시간이 빨라서, 한국 최초 개봉이라 할지라도 실제로 미국보다 겨우 몇 시간 정도 먼저 공개된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죠.
어떤 이유에서든, 할리우드 영화들이 먼 거리를 달려와 한국 관객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있는 점은 사실인데요. 까다롭고도 냉정한 관객들이 본 ‘아바타2’는 어떨까요? 전작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아바타2’의 관객 레이스에 관심이 뜨거워지는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