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풀무원·삼양식품 1500억 원 규모 건면 시장에서 경쟁
식품업계 전반에 저칼로리 열풍이 불면서 라면업계에서도 건면 열풍이 거세다. 올해 라면업체가 선보인 대다수 신제품이 ‘건면’ 상품이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도 자체 건면 브랜드를 내놓고 건면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건면 시장 규모는 1500억 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1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삼양식품은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하고, 첫 번째 제품으로 ‘쿠티크 에센셜짜장’을 선보인다. ‘쿠티크’ 브랜드의 면은 스팀으로 쪄서 고온으로 말리는 다른 건면과 달리 물에 삶아 장시간 저온으로 건조했다. 회사 측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삶은 건면으로, 생면과 유사한 직선 형태이며 면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115g에 400킬로칼로리(kcal)로 건면 제품인 ‘짜왕건면’(119g, 480kcal)보다 열량이 낮다.
그동안 삼양식품은 앞서 건면 시장 공략에 나섰던 경쟁사들과 달리 시장 상황을 주시해 왔다. 2004년 ‘손칼국수’와 2005년 ‘바지락칼국수’에 이어 2019년 ‘라이트불닭볶음면’으로 시장성을 테스트한 게 전부다. 라이트불닭볶음면은 현재 단종됐다. 하지만 최근 건면이 새로운 라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사업에 힘을 주게 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삶은 건면은 조리 시 전분 용출을 막아 국물이 탁해지는 것을 방지해주고 면을 씹어 삼킬 때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해준다. 기존 건면 상품과 다른 방식으로 설비를 완전히 새롭게 들여와 내놓은 제품”이라며 “계속해서 새로운 건면 제품을 내놓고 프리미엄 건면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면 대표 주자는 라면업계 1위 농심이 꼽힌다. 농심은 1997년 ‘멸치칼국수’로 건면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19년 ‘신라면 건면’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면은 깔끔하고 담백하면서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건면 시장 저변을 넓힌 제품으로 평가된다. 킬로칼로리는 한 봉지(97g) 당 350으로 신라면(120g, 500㎉)의 70% 수준이다.
건면 열풍에 올해 8월엔 ‘라면왕김통깨’를 출시했다. 출시 2개월여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 이외에도 ‘파스타랑’ 시리즈와 ‘사천백짬뽕사발’, ‘멸치칼국수사발’ 등 ‘카구리’와 ‘신볶게티’를 제외하면 올해 출시한 대다수 신제품이 모두 건면이다. 농심에 따르면 10월 누적 건면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하며, 780억 원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농심 관계자는 “‘맛있으면서 살 안 찌는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기존 라면보다 열량이 낮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건면에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농심 건면 매출 1000억 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튀기지 않은 건강한 라면을 내세워 1995년부터 냉장 라면을 판매해왔던 풀무원은 2011년부터 ‘자연은 맛있다’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건면 시장에 공략에 나섰다. 대표 제품은 정·백·홍 시리즈로 ‘자연은 맛있다 정면’이다. 최근 ‘로스팅 돈코츠라멘’과 ‘파기름 로스팅 짜장라면’ 등으로 건면 제품군을 확대했다.
하림도 최근 ‘더미식 장인라면’으로 건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다만 라면업계 2위로 평가되는 오뚜기는 ‘컵누들’ 외에는 건면 제품이 없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유탕면이 대세로 건면은 초기 단계”라면서도 “다만 건강을 챙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건면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