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악화에도 IB 총 7.8% 성장
한투證 1위 ‘굳건’, 3위 오른 KB證 ‘신흥강자’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내년 IB업황 우려도 나와
올해 국내 증권사 실적이 주춤한 가운데 투자은행(IB) 부문 수익성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업계 1위에 올라 ‘IB 맛집’ 타이틀을 지켜냈다. KB증권은 순위가 급격히 오르면서 IB 부문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9곳의 올해 1~3분기 IB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3조5066억 원)보다 7.8%(2736억 원) 증가한 3조7802억 원을 기록했다. 레고랜드 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더해 IPO(기업공개) 시장까지 위축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수익을 낸 것이다.
통상 IB 수수료는 △인수 및 주선 수수료 △매수 및 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총액을 말한다.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상장 주관, 매수 및 합병 수수료는 인수합병(M&A),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는 PF 등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다.
올해 IB 업황은 악화했지만, 수익률 1위·2위의 지각변동은 없었다. 지난해처럼 1위는 한국투자증권이, 2위는 메리츠증권이 차지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에 이어 IB 부문 수익률 4000억 원을 나 홀로 훌쩍 넘겼다. 2위인 메리츠증권과도 947억 원이 넘는 격차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수익률 규모는 6.86%(327억 원) 감소했다. 이는 올해 인수 및 주선 수수료가 45% 넘게 감소한 탓으로 보인다. 해당 수수료는 상장 주관 수수료 수익이 포함돼있어 올해 위축된 기업공개(IPO) 시장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IB부문 관계자는 “올해 매수 및 합병 수수료에 속하는 두산공작기계 인수금융 건과 애큐온캐피탈·신한금융지주의 자본재조정(리파이낸싱) 거래 등 굵직한 거래를 주관했다”며 “이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업황에도 양호한 수익을 기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요 증권사 전체 IB 부문 수익 상황도 한국투자증권의 흐름과 비슷하다. 올해 26개 증권사의 매수 및 합병 수수료와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는 증가했지만,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9.83% 감소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증권사별 IB 부문의 성패는 IPO 주관 여부로 크게 갈렸다. IPO 부문 실적이 두드러진 KB증권은 올해 IB 부문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KB증권이 올해 ‘대어급’ IPO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을 맡으면서 인수 및 주선 수수료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8%나 상승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주관 등의 대형 거래 실적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해 IB 부문에서 5위를 기록했던 KB증권은 3·4위였던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을 제치고 올해 3위에 올랐다.
KB증권 IB부문 관계자는 “올해 수익원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 포트폴리오 구축을 했다”며 “종로타워 매각과 국내외 인프라 등 대체투자 관련 수익이 확대됐고, 그룹 첫 브랜딩 공모리츠상품인 KB스타리츠를 통해 리츠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는 시장 침체 등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일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관리 강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BNK투자증권(77.3%) △신한투자증권(51.0%) △유진투자증권(29.4%) △하이투자증권(27.5%) △현대차증권(26.4%) 등도 올해 IB 수수료가 증가했다. 다만, 경기 침체와 증권 업황 악화 등으로 내년 IB 업황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든 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내년 IB 부문 거래가 크게 줄어들어 증권사 수익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전망에 증권사들이 IB 부문을 줄이는 모양새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유동성 위축 우려 완화에 따른 금리 및 증시여건 개선으로 업황은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부동산경기 냉각으로 IB 부문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