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완속 충전, 최대 주행거리 57km
전기차 시대 과도기에 존재감 확대해
배터리 소진 뒤 2.0 슈퍼차저 엔진 개입
이른 아침. ‘충전 완료’ 문자를 확인한다. 지하주차장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에서 충전 케이블을 오롯이 품고 있는 XC60 리차지. 차와 충전 케이블을 분리한 뒤 운전석에 오른다.
기어박스(미국은 트랜스미션, 유럽은 주로 기어박스라고 부른다) 뒤편에 자리한 시동 다이얼을 돌리자 계기판이 먼저 조용히 살아나며 출발 준비를 알린다. 완속 충전을 통해 배터리를 100% 충전하는 데 든 비용은 고작 3000원. 이를 통해 달릴 수 있는 주행가능 거리는 78km가 표기돼 있다.
볼보코리아가 밝힌 배터리 완충 때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57km. 공식 제원보다 주행가능 거리를 20% 이상 더 채워 넣은 셈이다.
한 손에 오롯하게 들어오는 ‘크리스탈 기어 노브’를 살짝 잡아당겨 D레인지를 고른 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는 가볍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소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차 바닥 아득한 곳에서 조용히 타이어 마찰음이 스며들 뿐, 차 안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이 순간만큼은 순수 전기차와 다를 게 없다. 다만 78km를 달릴 수 있다는 표기는 금방 73km로 줄어들었다.
XC60 리차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엔진에 전기모터의 힘을 보태는 여느 하이브리드와 달리 배터리를 충전하며 사용할 수 있다. 브랜드별로 50km 안팎의 전기모터 주행을 마치면 그때부터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엔진이 개입한다. 제동하거나 속도를 줄일 때 회전력을 회수해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순수 전기차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모델이다. 왕복 출퇴근 거리가 50km 미만으로 일정하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최적의 대안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에 짓누르자 전기차처럼 튀어 나간다. 그런데도 차 안은 한없이 조용하다. 주변 풍광만 빠르게 스쳐 지나갈 뿐이다.
배터리를 소진해도 걱정은 없다. 직렬 4기통 2.0ℓ 슈퍼차저 엔진이 단박에 솟구치며 육중한 차체를 가볍게 밀어붙인다.
XC60 리차지는 순수 전기차와 내연기관 슈퍼차저의 두 얼굴을 지녔다. 전기 모터만 활용하는 초기에는 여느 순수 전기차와 다를 게 없다. 배터리를 알차게 다 활용했다면 내연기관 슈퍼차저의 경쾌한 달리기도 맛볼 수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왔다면 여기저기 내가 원하는 곳에 손쉽게 차를 던져 넣을 수도 있다.
두 가지 모두 볼보가 내세우는 ‘스웨디시 다이내믹 SUV’에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