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중 32.4%까지↑…신재생도 증가
정부, 이번 주중 서면으로라도 보고 계획
내년으로 넘겨서 다음 주중 진행할 수도
원전을 늘리고 신재생에너지는 천천히 확대하겠다는 새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부터 15년 장기계획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계획 이행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정부는 서면으로라도 보고를 진행해 올해 안에 계획안을 확정하겠단 입장이지만, 국회에선 보고를 위한 일정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산자위는 10차 전기본 보고를 위한 전체회의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간사를 맡은 한무경 의원은 통화에서 "전기본은 상임위에서 보고가 돼야 하는데 (일정을) 아직 협의 중"이라며 "내년으로 밀려도 안 되는 건 없다. 지금 (야당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 제25조와 시행령 제15조에 따라 2년 주기로 수립된다. 2002년부터 시작해 지난 정부에선 2018년과 2020년에 8차와 9차 전기본을 수립했고, 이번 정부에선 처음으로 내놓는 전기본이다. 지난해 12월 소위원회 구성 후 1년에 걸쳐 수립을 추진했고, 지난달 공청회 진행 후 국회 보고와 전력정책심의회 의결만 남았다.
이번 10차 전기본의 핵심은 2030년까지 원전 발전량 비중을 30%대로 확대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속도를 늦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27%였던 원전 발전량은 2030년까지 32.4%, 신재생에너지는 7%에서 21.6%로 늘린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보다 원전은 8.5%포인트(P) 늘렸고, 신재생에너지는 8.6%P 줄였다.
산업부는 "원전과 신재생 등 무탄소 전원을 균형 있게 활용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며 "실현 가능하고 균형 잡힌 전원믹스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는 2030년이 아닌 2036년까지 30.6%로 목표를 잡았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발전량 비중을 천천히 늘리겠다는 의도다.
전기본 보고가 이번 주중 이뤄진다면 정부의 원전 가속화 정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만약 전기본이 내년으로 미뤄진다면 정부의 정책 이행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본 보고가 밀려서) 문제가 있다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본 보고가 밀린 이유는 한국전력공사법 부결 탓이다. 한전법은 지난 정기국회 때 국회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를 이뤘음에도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임시국회에서 재상정 되면서 전기본 등 계획했던 절차들이 뒤로 밀렸다. 이날 한전법이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전기본 보고가 주중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전기본을 확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고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서면으로라도 보고를 진행해 형식적인 절차는 마무리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 안 되면 서면보고라도 하려고 한다. 이번 주 중에 마무리 짓도록 서면보고를 하고 올해는 물리적으론 안 넘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산업부 관계자도 "국회랑 협의 중이다. 빠르면 연내에 확정하려고 그러는 중"이라며 "내용은 실무안을 통해 반영됐고, 절차적인 검토를 하고 있어서 (밀리더라도) 1월 초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