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금리 포기에 슬금슬금 오르는 엔화값…폭증하던 일본여행 꺾이나[이슈크래커]

입력 2022-12-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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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앙은행이 장기금리를 인상하면서 엔저 시대가 끝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무비자 입국 허용과 엔화 약세가 맞물려 폭증세를 보였던 우리나라 관광객들의 여행자 수가 감소로 돌아설 갈림길에 섰다. 코로나 19 이후 줄곧 은행에 돈을 넣으면 보관료를 떼이는 마이너스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일본이 최근 장기금리 상한을 0.5% 인상하며, 금융완화 축소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日 마이너스금리 포기에 달러·엔 환율 약세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달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예상을 깨고 금융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해 사실상 장기 금리를 인상했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은행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이 기조를 선회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는 시장의 예상대로 -0.1%로 동결했다. 그러나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되, 변동 폭을 기존 ‘± 0.25% 정도’에서 ‘± 0.5% 정도’로 확대해 이날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장기금리 변동 폭을 ±0.2%에서 ±0.25%로 넓힌 이후 1년 9개월 만에 다시 폭을 확대했다.

일본은행은 또 장기 국채 매입 규모는 내년 3월까지 1개월에 7조3000억 엔(약 71조 원)에서 9조 엔(약 88조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 금리가 그동안 변동 폭 상한선(0.25%)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 조치는 사실상 금리 인상에 해당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보도했다.

장기금리 변동 폭을 확대한 것은 급격한 엔저(엔화 약세)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타격을 받자 이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에 따른 미일 간 금리 차 확대로 치솟던 달러·엔 환율은 다소 진정됐다. 달러·엔 환율은 10월 21일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오르는 역사적인 약세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이 150엔선을 넘은 것은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일본은행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당 130엔대 중반(29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133.71엔)으로 하락했다.

▲최근 일본을 다녀온 여행객들은 오사카와 교토 등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봤다고 말한다.(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입국 외국인 중 3명 중 1명은 한국인

일본 정부는 10월 11일 한국을 비롯한 68개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을 재개, 한국인은 2년 7개월 만에 관광, 친족 방문, 견학 등의 목적으로 비자 없이 일본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무비자 입국 재개와 엔저 장기화가 맞물려 우리나라 해외 여행객들의 최대 관광지로 부상했다.

이는 일본 방문객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일본정부관광국은 11월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이 전월(49만8600명)의 1.9배로 늘어난 93만45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이 전체 방일 외국인의 33.8%에 해당하는 31만54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방일객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다는 얘기다. 한국인 방문객은 10월(12만2900명)보다 2.6배로 늘어났으며 코로나 19 발생 전인 2019년 11월(20만5042명)보다도 53.8% 많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지난달 방일 한국인 증가 배경에 대해 “일본 측의 국경 방역 대책 완화에 한국 측의 출국 규제와 귀국 시 PCR 검사 의무 철폐 등의 영향이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에 이어서는 대만(9만9500명), 미국(8만4300명), 홍콩(8만3000명) 순으로 방문자가 많았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며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사이 미뤘던 미국이 늘어날 전망이다.(게티이미지뱅크)

◇달러·엔 환율 따라 美日 여행지 갈릴 듯

일본은행의 금리 기조 변화 조짐에 따라 엔저 현상이 끝날 수 있다는 관측과는 대조적으로 미국 달러 가치는 내림세가 지속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24일 장중 최고 1445.80원 정점을 찍은 후 약세로 돌아서며 12.24% 하락한 1269원대로 거래됐다.

달러의 가치가 무섭게 오를 때만 해도 여름 휴가지로 미국을 고려하던 사람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왕복 항공권 가격이 200만~300만 원(왕복)으로 올랐고, 고유가 물가까지 발목을 잡았다.

환율이 고공행진 하던 10월 미국을 다녀온 직장인 김모 씨(34)는 “환전했을 때 기대보다 적은 돈을 받고 나니 높은 환율을 실감하게 됐다”라며 “미국 여행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김 씨는 “환율이 더 내리면 미뤘던 하와이 여행을 계획할지 고민 중”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반면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일본을 찾는 국내 여행객들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여행업계는 일본 여행 고객을 붙잡는데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자칫 엔고로 불씨가 사그라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다만 아직 금리 기조 전환 초기로 아직 일본 여행 상품의 인기는 여전하다. 인터파크가 나리타,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인기 여행지를 중심으로 단독 특가 상품을 대거 할인 판매한 결과 11월 인터파크 일본 전체 항공권 판매율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동기간 대비 509% 증가했다.

달러와 엔의 환율 시소게임이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고민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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