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탈중국’의 역설...중국-아시아 무역 늘었다

입력 2022-12-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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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 중국과 동남아 무역 71% 증가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의 무역량도 49% 늘어
공급망 혼란·IRA 등 ‘탈중국’ 부추겼지만
부품·원자재 중국서 수입할 수밖에 없어

▲중국 난징항 앞 도로가 10월 27일 컨테이너 트럭들로 막혀 있다. 난징(중국)/AP뉴시스
전 세계 동맹국들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노력이 수년째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아시아의 무역 관계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미국에선 중국을 향한 자국의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해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 거래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중국 간 무역 총액은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던 2018년 7월 이후 지금까지 7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기준 최근 1년간 거래액은 9790억 달러(약 1247조 원)에 달한다.

2018년 7월은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던 시점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의 무역량도 49% 늘었다. 이는 중국의 대미국(23%), 대유럽(29%) 무역 성장세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중국 주요 권역별 무역량 추이. ※2018년 7월=100 지수화. 파랑: 아세안(올해 11월 170.90)/하늘:유럽연합(EU) 129.76/옅은하늘:미국(123.22).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몇 년간 무역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은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거점을 중국 밖으로 옮기도록 유도했다. 최근 미국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은 보조금 정책도 이러한 ‘탈중국’을 가속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을 줄이는 대신 도리어 강화했다. 일례로 스마트폰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이나 인도로 옮긴 기업은 막상 생산에 돌입할 땐 중국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가져와 만들었다. 이는 엄청난 양의 부품과 복잡한 제조 공정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기업 수십 곳이 중국 이외 아시아 국가로 생산설비를 이전했고 덕분에 아시아 국가들이 혜택을 봤지만, 공장이 돌아가려면 여전히 중국이 필요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대규모 시장을 가진 국가가 인근 국가들을 끌어들이는 ‘경제적 중력’도 현 상황을 일으킨 이유로 꼽힌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것처럼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도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최대 교역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과는 대척점에 서면서도 아시아 국가들엔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과거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길 강요하는 대신 이들에게 선택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가의 스마트폰과 저렴한 공장설비 등 중국 주력 수출품은 인근 아시아 국가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품목이어서 무역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

2020년 무역 관세를 낮추는 목적으로 중국이 주도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아시아·태평양 15개국이 참여한 것도 중국과 아시아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WSJ는 “결과적으로 미국은 거대한 내수시장 성장과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 없이는 중국으로부터 아시아를 떨어뜨리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무역협정에 서명하거나, 다자간 협정에 합류해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에게 더 많이 접근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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