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주(민) 노동자] 2-2. 계속되는 쿼터제 논란
기존서 2명~5명 채용이 전부…“뿌리산업 개별 기업 고용 한도 없애야”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쿼터제 확대로는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언 발에 오줌누기’라고 반발한다. 최대 규모로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지만, 정작 총 고용허용 인원으로 인해 이 인력들이 근로 현장에 제대로 투입되지 못해서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올해 비전문 취업비자(E-9) 쿼터를 11만 명으로 심의·의결했다. 이전 쿼터(6만9000명) 대비 약 60% 늘어난 수치다. E-9 비자는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에 따라 농업, 제조업 등 비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비자다.
업종별로 구분하면 제조업이 7만5000명으로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이어 농축산업 1만4000명, 어업 7000명, 건설업 3000명, 서비스업 1000명이다. 나머지 1만 명은 업종 관계없이 인력을 배분할 수 있는 탄력배정분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도 늘려줬다. 내국인 근로자가 1~10명인 제조업은 외국인 근로자를 5~7명 고용할 수 있었던 것을 최대 9명으로, 내국인 11~50명인 기업은 외국인 한도를 10~12명에서 15명으로 확대했다. 영농 규모별로 허용 인원이 달라지는 농축산업도 고용 규모를 5~10명에서 7~12명으로 늘렸다.
고용부가 이주노동자 쿼터를 늘린 배경에는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있다. 지난해 상반기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장의 부족 인원은 64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중소제조업, 농축산업 등 해당 업종의 낙후된 근로환경으로 인한 구인·구직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에도 인력 부족 업종으로의 이동이 지연되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고용부는 바라봤다. 특히 비전문 외국인력의 입국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도 크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국내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구하기 어렵다는 중소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와 산업현장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되,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도입 규모를 정했다”며 “외국인력 도입이 확대되는 만큼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과 산업 안전에 소홀함이 없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쿼터제 확대가 근본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이주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 투입되지만, 개별 기업에 적용된 고용 한도로 큰 체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기존 고용 한도에서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명만 더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부다. 결국 확대된 쿼터보다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원하는 중소기업들은 사업장을 쪼개가며 편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중소기업계는 쿼터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 뿌리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쿼터제를 폐지 못하는 이유로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노동계의 반발을 말하지만, 뿌리산업은 이 주장과 다르다”며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으로 뿌리산업이라도 연간 입국 쿼터를 폐지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고용 한도를 없애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기업은 오히려 외국인 고용 한도를 채우지 않은 경우가 많고 영세 기업일수록 한도를 채우고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해 개편을 했다”며 “한도를 늘렸으니 얼마나 많이 찰 것인지 종합적인 효과를 볼 것이며 향후 추가로 개선할 점이 있는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