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진출 기업 절반은 전년 대비 이익 감소
산업연구원, '중국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2022년)' 발표
"상거래 관행 문제나 은행과의 관계, 너무 자주 바뀌는 법규와 규제, 관리자급 인력 수급 어려움 등의 단점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상쇄했는데 이젠 인건비도 너무 올라 중국에서 공장 돌리는 이점이 없다"
2001년 중국 산둥성으로 진출,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자동차 부품 회사 대표 김 모씨(63세)는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준비 중이다. 사실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부터 이전을 고민했다는 그는 실제 이전 결정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겨우 내렸다고 한다.
김 대표는 "처음 중국에서 공장 문을 열었을 땐 정말 공장 돌릴 맛이 났다. 인건비는 정말 쌌고 중국 정부에서도 한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던 때라 여러 가지 혜택도 많았고 관리들도 모든 면에서 우호적이었다. 특히 환경 규제라든지 기업 규제는 지금에 비하면 진짜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라고 이전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건비는 오를 대로 올랐다고 보면 된다. 이에 반해 중국의 전통적인 상거래 관행은 여전하고 자국 기업 편들기는 심해졌다. 한국 기업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졌고 특히 규제를 이유로 (공무원이) 공장을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불편함은 한국에 계신 분이라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환경오염 저감 장치만 달면 괜찮았던 게 이제는 저감장치를 달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시로 와서 조사해 기준치를 넘으면 아예 공장을 셧다운 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생산비용이 늘어 굳이 중국에서 마음고생하며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 큰맘 먹고 이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지난해 중국 진출 기업의 절반 이상은 이익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4일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중국 진출 기업 406곳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실태 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매출과 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응답한 기업의 비중은 2년 전 조사 때보다 상승했다.
2020년 조사에서는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이 27.1% 수준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5.1%로 껑충 뛰었다. 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29.2%에서 51.9%로 늘어 절반 이상은 밑지는 장사를 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중국진출기업의 가동률은 매우 낮은 편이었다.
작년 하반기 가동률이 60% 이하였다는 기업(52.0%)은 절반이 넘었다. 80% 이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13.8%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매출 감소 원인으로 현지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 코로나19를 꼽았다. 민감한 현지 규제는 환경, 인허가, 소방 안전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 중국 진출 기업의 약 60%는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과 생산 비용 상승, 수요 시장의 변화로 향후 대내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수나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게 늘었다. 2년 전 2.7%에 불과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9.6%로 증가했다.
철수나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중국 내 생산비용의 상승(38.3%)과 경쟁 심화(22.3%)를 그 이유로 가장 많이 답했고 이어 미·중 분쟁과 승계곤란이 각각 16.0%와 10.6%로 뒤를 이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도 힘들고 생산 비용은 생산 비용대로 계속 올라가고 있어 이전 기업이 늘고 있다"라며 "아주 극소수는 한국으로 유턴하기도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또 상당수는 아예 사업을 청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은 굴뚝 기업 전통 산업 쪽에서는 더 이상 원가 경쟁력만 믿고 중국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면서도 "중국 소비시장이 크니까 새로운 산업 분야 즉 부가가치 창출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 등 생산 비용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금융이라든가 서비스업 등은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보고 신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