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이 개막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열리는데요. 삼성과 LG, SK는 물론 인텔, 메타 등 유명 기업이 다수 참여했습니다. 나흘간 진행되는 행사에 전 세계 173개국 3100여 개 기업이 참여하죠.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 550개 사가 참여합니다.
CES를 주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번 주 약 10만 명이 전시회가 개최되는 라스베이거스의 만델레이베이 컨벤션 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작년 방문자 수의 2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마지막 대면 행사였던 ‘CES 2020’에 비해서는 약 7만 명이 적지만요.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는 “‘CES 2023’은 새롭고 이상한 것들을 섞은 만화경 같다”며 “이번 CES는 광범위한 해고와 높은 인플레이션과 수많은 규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그들의 제품이 타사의 것보다 좋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참신하고 독특한 기획들을 몇 개 들여다보겠습니다.
가상현실(VR) 세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OVR 테크놀로지’는 기존 VR 헤드셋용 애드온 장치를 확장하고, 블루투스로 게이밍 시스템, 모바일 기기, 혹은 데스크톱과 연동 가능한 향이 채워진 카트리지를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가상 세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죠. WP는 OVR의 헤드셋을 이용하자 가상 땅에서 뽑은 장미에서 꽃과 이탄(완전히 탄화하지 못한 석탄)향이 나고, 바다에서는 라벤더 향이 났다고 말합니다. 폭포에서는 바닐라 맛이 났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OVR 테크놀로지는 이 기술이 게이머, 소매업자, 그리고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OVR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아론 위스니에프스키는 인터뷰에서 “냄새는 대뇌 변연계를 통해 기억·기분·감정에 영향을 준다”며 “가상 상품 전시 또는 치료용 VR에 향을 추가할 경우 사람들이 반응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OVR의 VR 기술은 병원에서 화상 환자의 통증 관리와 홈쇼핑 등에 활용하기 위한 테스트를 거치는 중입니다.
삼성전자가 소개한 TV는 내장된 원격의료 앱을 통해 증상을 설명하고 담당의와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삼성은 약 1분 안에 의료 전문가와 전화 연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데요. 의사 진단을 받기 위해 수십 일을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원격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입니다. 삼성전자는 상황에 따라 이후 처방전을 받거나 대면 진료를 예약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별도의 카메라를 이용하면 심박 수, 분당 호흡수, 혈중 산소 포화도 등의 활력 징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숨을 쉴 때 얼굴의 미세한 색상 변화를 추적하고 원격 광혈류 측정 기술을 이용해 이러한 징후들을 포착합니다.
‘커넥티드 헬스케어’ 업체 위딩스(Withings)는 자택 변기를 이용해 소변 검사를 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위딩스가 ‘홈케어 업계의 게임 체인저’라고 소개한 이 센서만 있다면 더 이상 소변 검사를 위해 보건소나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U-SCAN은 손바닥 크기의 백색 디스크 형태의 센서로, 변기 안쪽에 붙이면 준비가 끝납니다. 센서는 소변 성분을 분석하고 스마트폰 앱에 분석 결과를 전달합니다. 유럽에서 출시를 앞둔 두 가지 버전은 각각 비타민 C와 호르몬 수치 성분을 분석해 영양 상태와 생리 주기 등을 모니터링 합니다. 교환 가능한 분석 카트리지 등도 함께 선전하고 있는데요. WP는 “장갑을 끼고 기기를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또 위딩스는 이 제품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걸 넘어, 환자를 모니터링 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의료 전문가들에게도 유용한 장치라고 소개했습니다. 방광암과 난소암 검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LG는 홈 파티에 제격인 ‘무드 업(Mood Up)’ 냉장고를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기분에 맞춰 색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LED를 탑재한 도어 패널은 윗부분은 23가지 색상, 아랫부분은 19가지 색상 중에 자유롭게 조합이 가능합니다. 색 조합을 고르기 어렵다면, 분위기와 날씨에 맞게 추천하는 조합으로 색을 고르는 것도 가능하죠.
냉장고에는 블루투스 스피커 또한 내장되어 있는데요. 냉장고 LED 패널은 재생되는 음악에 맞춰 색상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WP는 “이 기능들이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다”면서도 “냉장고 문을 덜 닫았을 때 유용할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일본 로봇회사 유카이 엔지니어링은 숨 쉬는 베개 ‘푸풀리(Fufuly)’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습니다. 부드럽고 묵직한 베개는 사람이 내뱉는 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모양입니다. 베개가 실제로 숨을 쉬지는 않지만, 사람이 호흡하듯 미묘하게 확장과 수축을 반복합니다.
베개는 점차 ‘정상적인 호흡’ 상태에서 ‘이완된 호흡’ 패턴으로 진입해 신체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데요. 숨 쉬는 베개 ‘푸풀리’도 상용화될지 주목해볼 만 합니다. 앞서 유카이 엔지니어링이 판매한 ‘손가락 깨무는 고양이’ 로봇 ‘아마가미 하무하무’는 단순히 깨무는 기능만을 가진 로봇이었지만, 큰 호응을 얻어 일본에서만 3만 개 이상 판매고를 올려 화제가 됐습니다.
파나소닉의 자회사 시프트올(Shiftall)은 새로운 블루투스 마이크 ‘뮤토크(Mutalk)’를 소개했습니다. 일반적인 마이크보다는 VR헤드셋과 비슷한 생김새로, 마이크가 내장된 둥근 흰색 상자를 벨트로 입에 고정해 사용합니다.
이용자가 가상 세계에서 주고받는 음성 대화를 밖에서 들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대화해야 하거나, 개방된 장소에서 유출이 곤란한 대화를 해야 할 때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개 입마개’를 연상시키는 외양은 장벽입니다. 시프트올은 다가오는 여름 뮤토크를 200달러(약 25만 원)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8일까지 앞으로 나흘간 더 진행되는 ‘CES 2023’에서 또 어떤 기상천외한 신기술들이 소개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