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유승민 출마 선언 아직...김용태, 출마 여부 결정 촉구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꼭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주자들의 움직임이 가팔라지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김기현 의원은 9일 캠프 개소식을 열고,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은 출마 선언을 한다. 다만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공식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를 형성해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은 9일 ‘김기현의 이기는 캠프’ 사무실 개소식을 연다. 개소식에는 이철규 의원 등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권성동 의원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불출마 선언 당시 “아직 전당대회 후보 등록도 안 했지 않냐”고 말한 만큼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장 김치는 3월이면 쉰다”며 김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린 안 의원 역시 같은 날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다. 캠프 선대위원장은 ‘친이계’이자 3선 의원을 했던 김영우 전 의원이, 총괄본부장은 김도식 전 서울시 부시장이 맡았다. 안 의원이 7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을 “영남에 뿌리를 둔 수도권 의원”이라고 한 만큼 외연 확장이 가능한 후보임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마를 공식 선언한 주자들의 시계는 빨라지고 있는 반면 나 부위원장과 유 전 의원은 좀처럼 미동이 없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8일 두 잠재 후보를 향해 “집권여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보다 집중하고 고민해야 할 가치나 비전에는 관심이 없고, 윤심이 누구에 있는지 윤핵관들이 밀고 지원하는 후보가 누구인지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출마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외압이나 강요에 추호도 귀 기울이거나 동요하지 말라”며 “오로지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출마 각을 세우고 있던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으로 기로에 섰다. 나 부위원장이 헝가리식 '대출 탕감' 출산 장려책에 대해 언급하자 대통령실은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대통령실이 정부 부처나 관련 위원회의 장의 언급을 직접 반박하는 내용의 브리핑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8일 “당장 추진할 계획이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미 궁지에 몰렸다는 게 정치권에 퍼진 해석이다. 정부직을 맡은 나 부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목소리를 낸 것이 독이 됐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러한 나 부위원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두 자리를 놓고 기회를 엿보면서 설치면 대통령실이 손절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고 일침을 날렸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대표 후보로 나서겠다고 하는 사람을 대통령실이 일거에 잘라버리는 건 ‘당신은 안 된다’는 메시지”라며 “당 대표에 나가든 말든 나경원은 안 된다는 윤 대통령의 뜻으로 봐야 한다”고 직격했다.
‘비윤계’ 수장으로 불리는 유 전 의원도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0~11일 ‘보수의 텃밭’인 대구를 찾는다. 지역방송에 출연하고 중견 언론인들과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당원 투표 100%’ 경선 룰 개정으로 당선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불출마 가능성도 된다. 친유계 의원인 하태경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통적 당원들에게 ‘유승민 비호감 현상’이 오래돼 왔고 단시일 내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유 전 의원의 불출마에 무게를 뒀다.
한편, 2월 첫째 주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이번 주 대략적인 당권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3차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