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 흥국생명이 감독 경질 사태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4연승을 질주했다. 웜업존에서 함께한 김연경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흥국생명은 8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원정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3대1(25-23 30-28 23-25 26-24)로 꺾었다. 승점 47(16승 4패)을 쌓은 리그 2위 흥국생명은 1위 현대건설(승점 51·18승 2패)을 4점 차로 추격했다.
흥국생명은 2일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을 사실상 경질해 큰 논란을 빚었다. 지난 5일 GS칼텍스와 벌인 경기에는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섰으나, 흥국생명이 승리한 직후 그도 지휘봉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후 흥국생명 수석코치 출신인 김기중 진주 선명여고 감독이 흥국생명 새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발표를 내놨지만, 8일 경기를 앞두고 감독 선임 업무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사태를 향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놀랐다”며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날 김연경은 장염 증상으로 출전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코트가 아닌 웜업존에서 팀 후배들과 함께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웜업존에 선 김연경은 선수들을 향해 큰 소리와 큰 액션으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작전시간마다 후배들에게 다가간 김연경은 조언을 건네는 등 마치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처럼 보였다.
팬들의 응원과 김연경의 조언 속에 흥국생명은 악재를 딛고 4연승에 성공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할 김기중 신임 감독의 합류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김대경 대행은 “새 감독님과 언제 만나는지 듣지 못했다”라며 “현 상황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피해자들이 많다. 다들 마음속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현재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