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율 3% 밑돌지만 '거부감'..."외국인 범죄 더 많다는 증거 없어"

입력 2023-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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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주(민) 노동자] 7-2. 외국인 범죄

▲외국인 여성 살해 후 암매장한 혐의로 검거된 용의자가 2020년 3월 조사를 받기 위해 경북 구미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용의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몽골 국적의 5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상주의 한 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민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나고 있다. 외국인 범죄가 간간이 발생해서다.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건수에 비하면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율은 3%에 못 미치지만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과 함께 수사와 증거수집이 어렵다는 특성까지 더해져 반발심도 커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다인종·다문화 융화정책은 물론 내국인 대상으로 외국인에 대한 교육을 대안으로 꼽는다.

외국인 범죄, 전체 범죄 중 2.39% 불과…경기남부·서울이 절반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각종 범죄로 검거된 총 인원은 136만405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3만2470명. 비율로는 2.39%에 불과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3만4832명, 2019년 3만9249명, 2020년 3만9139명이다. 지난해는 1월부터 11월까지 3만1866명이 입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감소하면서 범죄 건수도 줄었다.

외국인 범죄 가운데 절반 정도는 경기 남부와 서울에서 발생한다. 경기 남부와 서울에서 2022년에만 1만7407명이 입건됐다. 이주 노동자가 많은 경기 남부와 서울에서 자연스레 많은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기 남부와 서울을 합쳐 2018년 2만734명, 2019년 2만2328명, 2020년 2만1679명, 2021년 1만7721명이 입건됐다.

지역마다 범죄 특성이 다르지만 교통사고 등으로 입건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범죄유형은 폭력이 가장 많다. 지난해 입건된 외국인 3만1886명 가운데 교통에 해당하는 인원은 6207명을 제외하면 폭력 6483명, 지능 5387명으로 집계됐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경기도 남부를 중심으로 폭력과 지능범죄가 잦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보다 같은 외국인과 엮여 입건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경기도 안산의 한 소재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는 “이주노동자들끼리 세력싸움을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인을 건들면 추방되거나 수사 과정에서도 불리하다는 점을 잘 알아 조심하는 편”이라며 “대신 동네마다 이주노동자 무리가 달라서 자기네들끼리 세력 싸움을 하거나 시비가 붙어 폭력사건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기, 위조, 횡령 같은 지능범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주노동자 가운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거나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얻게 된 수익을 숨길 목적으로 동료 노동자의 통장을 빌려 입건된다고도 한다. 통장을 빌려준 노동자는 직접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범죄 수익을 숨기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기도 수원에서 소재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씨도 종종 경찰을 마주한다. 그는 수년 째 이주노동자 10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다.

이 씨는 “범죄라는 인식을 갖지 않고 하는 행동이 수사를 받게 되거나 입건되는 경우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도 해외여행을 가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친구한테 ‘잠깐 너 통장에 내 돈 좀 넣을 테니 나중에 달라’고 하지 않느냐”며 “그런 식으로 동료 노동자가 부탁하니 수락을 하게 되고 알고 보니 그 돈이 범죄 수익이라서 경찰에 불려 나가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부 이주노동자는 추가 수익을 목적으로 마약을 유통, 밀매한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거주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가장 많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이 1만5168명으로 집계됐다. 베트남이 3381명, 태국이 2531명, 미국이 1606명으로 나타났고, 러시아(1005명), 필리핀(320명), 파키스탄(145명), 일본(134명)이 뒤를 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차별 받는다” 인식이 범죄로…융화정책·출입국 관리 중요

현장 경찰과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형성한 행동양식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답습해 범죄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사회적 편견과 언어, 문화 장벽으로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 역시 쉽게 분노한다는 경향도 한 요인이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다양한 요인이 결합해 있는 것이 외국인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회 소수자들은 무리를 짓는 특징이 있는데 경기도 일대는 이주노동자들이 ‘자생적 폭력조직’이 형성되기도 하고 세력화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수입 상당 부분을 자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생활비가 적어 다른 범죄에 가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인종·다문화 융화정책으로 상대 문화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홍만 대구과학대학교 국방기술행정과 교수 등은 ‘외국인 범죄 동향 분석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한국어 교육 강화와 외국인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내국인 대상 교육과 홍보 강화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는 오해로 인한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내국인이 피하는 3D 업종을 보완하고 있다”며 “외국인 정착과 생활로 얻어지는 사회 장점 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입국 관리 체계 개선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외국인 체류 정보 조회시스템 등을 구축해 다른 사람 인적사항을 도용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불법 출입국을 막기 위한 현지 조사기관 운영이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면 빠르게 관련자를 검거해 추가 범죄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밀집지역이나 불법체류자 관리가 중요하고 법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현장이나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외국인이 거칠게 저항해 부상 입는 경우도 있다”며 “조직범죄를 소탕하거나 강하게 저항하는 외국인이 있을 때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도원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인이 내국인에 비해 더 많은 범죄를 발생시킨다는 명확한 실증적 증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사회 적응이 어렵고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거나 신분의 불안정성 등으로 이들이 내국인에 의한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간과되고 있다“며 ”환경 개선, 범죄예방 활동과 단속 강화 등 정책적 노력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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