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잘 되게 해주세요”…여전히 직원 끌고 산으로 가는 건설사

입력 2023-01-09 16:01수정 2023-01-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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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2023년 목표 달성 및 안전 기원제 사진. (사진제공=동부건설)

새해를 맞아 일부 건설사들이 ‘영업 풍년’을 기원하면서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되는 단체 산행과 안전‧수주기원제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안전‧수주기원제는 주말이나 새해 첫날 등 업무 외 시간에 진행돼 ‘주 52시간제’ 정착 문화를 역행한다는 지적의 목소리와 함께 오히려 안전사고 가능성도 적지 않아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폐지에 대한 요구가 높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토요일인 지난 7일 수주목표 달성과 건설 현장 안전을 기원하는 ‘2023년 수주 및 안전기원 행사’를 진행했다. 건축사업부와 플랜트 사업부는 각각 임직원 30여 명이 서울 청계산과 북악산을 올랐다. 또 인프라사업본부는 같은 날 ‘영종~신도 평화도로’ 건설현장에서 직원 약 70명이 참석해 관련 행사를 진행했다.

우미건설 역시 공공사업본부가 6일 새해경영계획 워크숍 진행 후 7일 광주 무등산 천제단에서 안전과 수주를 비는 기원제를 개최했다. 신동아건설은 강원 양양군 죽도정에서 진현기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80명이 안전‧수주기원제를 올렸다. 진 사장은 이날 직접 축문을 낭독하고 축문을 태웠다. 이 밖에 다수의 중소‧지방건설사가 올해 첫 주말을 활용해 산행과 기원제를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건설도 허상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윤진오 신임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 약 160여 명이 참여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산행을 진행했다.

문제는 단체 등산과 기원제 행사가 대부분 업무 외 시간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주 52시간제’를 위반할 가능성을 높인다. 대체휴무 등으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해도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하는 행사가 직원들로서는 달가울 리 없다.

게다가 추운 날 산행을 진행하다보니 오히려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중견건설사인 대보건설은 수주기원제로 산행을 하다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단합과 수주기원을 목적으로 주말이나 법정 공휴일인 새해 첫날(1월 1일) 새벽부터 불러내 산을 타고, 고사를 지내는 등 현실과 맞지 않는 행사를 이어왔다"면서 "이제는 없어졌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현기 신동아건설 대표가 7일 양양 죽도정에서 임직원을 대표해 수주‧안전기원제 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제공=신동아건설)

아울러 각종 기원제는 토속신앙으로 분류되는 만큼 공적 업무를 진행하는 법인 차원에서 진행하긴 적절찮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오랜 관습이었던 각종 기원제를 폐지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행사 참석은 자율이라곤 하지만 건설업 특성상 상사가 참여하라고 하면 빠질 인원이 몇 이나 되겠느냐”며 “대형사도 2010년대까지 관행적으로 이어오다가 주 52시간제 도입과 코로나19 확산으로 근래 들어선 10대 건설사는 아예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종무식과 시무식도 생략하고, 업무 시작 전 안전결의대회 정도로 대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밖에 경영 환경 악화와 비용 절감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도 수주기원제 등 행사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지방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비용 문제 등으로 공식적인 수주기원제 등은 모두 취소하고, 임직원 소수만 외부에 알리지 않고 산행을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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