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폭탄 배당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대출 늘리던 것을 줄여 그만큼만 주주 환원을 하자는 얘기입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9일 여의도에서 ‘국내 은행주 캠페인 공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은행 밸류에이션이 망하기 직전 회사의 수준과 비슷하다”며 “낮은 밸류에이션과 달리 우수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은행주 저평가의 핵심 원인은 해외 대비 극도로 낮은 주주 환원율”이라고 지적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해외 은행 평균 주주환원율은 64%다. 국내 금융지주의 주주 환원율은 △KB 26% △신한 26% △하나 5.6% △우리 25.4% △JB 23% △BNK 23% △DGB 21.2% 등이다. 최근 20개년 동안 국내 4대 은행 지주 평균 배당성향은 2003년(28.3%)이 가장 높았다.
이날 이 대표는 은행의 자본 배치 정책이 세 가지로 구성된다고 했다. '자본 적립', '위험가중자산(RWA) 성장', '주주 환원'이 그 요소다. 자본 적립이란 전기말 대비 보통주자본(CET1) 비율의 상승분만큼 순이익을 투입하는 것이고, RWA 성장은 RWA 성장률에 맞춰 CET1 비율은 전기말과 같에 유지하는 만큼 순이익에 투입하는 것이다. 주주 환원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소각이다.
이 대표는 RWA 성장에 투입될 이익을 줄여 주주 환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은행이 배당을 늘려서 (건전성이) 위험해지는 건 아니다”며 “은행에서 위험 자산과 비교해 적정 자본을 갖고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출을 늘리지 않으면 자본을 안 쌓아도 된다”며 “대출 늘리는 걸 줄여 그만큼만 주주 환원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의 연평균 RWA 성장률(2017~2022년 3분기)은 8.6%로, 해외 은행(3.1%)보다 5.5%포인트(p) 높았다. 그는 “해외 은행처럼 RWA 성장을 적절히(2~5%) 조절해야만 자본 확충과 주주 환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가 은행주 저평가 극복에 나설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배당에 대해 감당이 가능한 수준에서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언급한 이유에서다. 지난해 2분기 GDP 대비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106%로, 주요국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일 국내 7개 금융지주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들은 은행 이사회에 목표 주주 환원율이 명시되거나 구체적인 지표에 따라 계산되도록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저평가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50%)의 목표 주주환원율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같은 것들은 구두가 아닌 공시를 통해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주들이) 정확하게 공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 형태로 주총 안건을 올릴 것”이라며 “안건에 대해 주총 표결을 통해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단기 주가 부양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최소 수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목표로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은행주 특성상 배당 성향을 높이는 건 국부 유출이 아니냐’라는 질문에는 “여전히 내국인 지분 가치는 27조 원이나 된다”며 “자국민 지분가치에서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