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가 무섭게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가 상승, 코로나19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며 '팍팍한' 한 해를 보냈다.
올해도 고물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꾸준히 나온다. 전쟁도 계속되고 코로나19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물가 중에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 것도 있다. 바로 쌀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9일 기준 쌀 20㎏ 소매가격은 5만3000원이다. 지난달 보다는 2000원, 1년 전보다는 4000원이 내렸다.
가뜩이나 밥상물가가 높아 곡소리가 나오는데 그나마 쌀값은 내렸으니 '아 그래도 쌀값은 내렸으니 굶진 않겠구나'라고 위안이 되는 대목이다.
반면 떨어지는 쌀값에 농심(農心)은 타들어 간다.
쌀값 폭락의 이유는 소비보다 생산이 너무나 많아서다. 쌀이 남아도니 당연히 가격은 떨어진다. 정부가 공공비축과 시장격리 등 지난해만 80만 톤 이상을 사들였지만 여전히 가격은 올라가지 않는다.
여기서 나온 대안이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이다. 쌀이 너무 많이 남아 가격이 떨어지고 농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대책은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안심하고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될 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쌀 생산을 줄이고 농업의 선진화로 가기에는 걸림돌이 된다. 여양곡관리법 개정이 쌀 생산 감소를 늦춰 쌀값을 떨어뜨린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 역대급 시장격리가 이뤄졌지만 쌀값이 제자리인 것은 그만큼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로 쌀값이 내려 굶진 않겠다고 했지만 쌀값이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상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만큼 소비가 줄었다는 반증이다.
그러면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쌀 생산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는 것이다. 시장에 쌀이 나오기 전에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