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란텍스’ 美 제재 이후 오히려 유입량 증가↑
해킹 및 자금 세탁 등 가상자산 범죄에 대한 제재 실효성이 국제 공조와 기술적 제재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2023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의 한 부분인 가상자산 제재(Sanctions) 보고서를 발표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 등 미국 당국은 가상자산 범죄 관련 제재를 넓히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35건 제재가 이뤄졌으며, 연평균 100개 이상의 가상자산 (지갑) 주소가 제재를 받았다. 특히 2021년 제재가 이뤄진 주소 수는 300건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400건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가란텍스 △가상자산 믹서 토네이도 캐시 △독일 히드라(Hydra) 등 10건이 제재를 받았다. 북한 라자루스 그룹 및 러시아 준 군사 조직 등 범죄 조직 2건, 이란 랜섬웨어 조직이 2건, 마약 밀매 관련이 2건, 자금 세탁 관련이 4건이었다.
보고서는 가장 주목할 만한 제재 사례로 히드라와 가란텍스, 토네이도 캐시를 꼽았다. 히드라는 세계 최대 다크넷 마켓으로 검은돈 세탁과 마약 거래 등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돼 지난해 4월 미국과 독일 사법당국의 공조로 폐쇄됐다.
반면 러시아 가상자산 가란텍스는 2022년 4월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러시아의 제재 거부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제재 이후 가란텍스는 오히려 월평균 유입액이 6억 2100만 달러(약 7700억 원)에서 13억 달러(약 1조 6100억 원)으로 거래량이 증가했다.
가상자산 믹서 ‘토네이도 캐시’의 경우 기술적 한계로 제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지 않았다. 토네이도 캐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믹싱 서비스를 제공한다. 믹싱이란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도록 여러 지갑의 가상자산을 쪼개거나 섞는 기술을 말한다. 주로 북한 등 해킹 범죄 자금이 연관돼 있다.
토네이도 캐시는 지난해 8월 제재를 받았고, 그해 11월에도 추가 제재를 받았다. 토네이도 캐시는 제재 이후 30일간 유입량이 68% 감소했지만, 서비스가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다. 제재로 프론트 엔드 플랫폼 사용은 불가능해졌지만, 스마트 컨트랙트 계약 등 우회로를 이용하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가상자산 제재 실효성은 관할권과 기술적 제약에 달려있다”면서 “크립토라는 새로운 기술은 금융 범죄의 새로운 서막을 열었고, 다양화되는 가상자산 범죄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은 각 범죄 패턴에 맞는 효과적인 제재 방식과 미국과 다른 기관과의 협력, 국제적인 공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