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산업 테라포밍 ①다극화 체제 대전환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 투자
가전부문 탈피 전장사업 약진
삼성도 CES서 전장 기술 첫선
기업들은 이전에 자신들이 구사하던 문법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동 수단의 개념을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으로 확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제조사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만든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을 통해 영국에서 열리는 판버러 국제 에어쇼에 참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판버러 에어쇼는 국제 에어쇼 중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주요 행사이지만 현대차그룹과는 사업 범위가 달라 접점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UAM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며 지난해 그룹사 처음으로 국제 에어쇼에 참가했다. 슈퍼널은 판버러 에어쇼에서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기체의 내장 컨셉트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직접 판버러 에어쇼에 참가해 롤스로이스, 사프란 등 주요 항공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개발 속도를 높였다.
2021년에는 미국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연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CES 2022’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함께 등장해 그룹사의 로보틱스 비전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025년까지 국내에만 63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밝히며 그중 8조9000억 원을 로보틱스, 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민 신사업에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12월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배송 로봇의 실증사업을 시작했으며, 자율주행 및 AI 기술을 결합한 로보셔틀, 로보택시 등의 실증사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내연기관차 생산 기업에서 사업 범위를 넓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자 기업들은 모빌리티 기술 발전 흐름에 맞춰 전장 사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전 제품 제조 기업 이미지가 강한 LG전자는 일찍이 전장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택해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다. 9년간 전장 분야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 분기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LG전자는 전기차 구동부품, 소프트웨어 기반 차세대 차량 인포테인먼트 솔루션 등 미래 모빌리티에서 핵심적인 제품들을 양산 및 준비하며 전장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전장 분야에 뛰어들며 가전 분야를 벗어나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 6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 참석해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갔다”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삼성전자 역시 전장 사업에 도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그룹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에 전장사업 관련 팀을 만들며 전장 사업 진출에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CES에서 전장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함께 차량 내 경험을 강조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레디 케어’와 ‘레디 튠’을 선보였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의 상태를 인지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안전 운전 지원 솔루션이며 레디튠은 개인 맞춤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하는 카오디오 솔루션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CES를 통해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영역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기업들이 미래의 신성장 동력인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미래 산업에서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신사업의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투자는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