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량 급증이 결정적 요인
요즘 수도권에서 밤잠을 설치는 임대인들이 많다. 전셋값 하락이 지속하고 있어서다.
12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KB부동산의 월간시계열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수도권의 지난해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전년 대비 6.5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6.96%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올해로 넘어오면서 하락 폭은 다소 둔화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에서 1월 첫째 주로 넘어오면서 수도권 전세지수 변동률은 종전 -0.89%에서 -0.73%로 둔화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최근 2년 새 부담이 증가한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월세로 수요자들이 대거 이동하며 전셋값 하락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은 18만252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17만4203가구) 대비 4.8% 증가한 규모다. 수도권 입주물량이 18만 가구를 넘은 것은 2020년(18만8000가구) 이후 3년 만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2만5700가구 △경기 11만1579가구 △인천 4만5242가구 등이다. 인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4만 가구 이상 입주가 몰려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은평구, 서초구, 동대문구에서 각 2000가구 이상 입주할 예정이다.
전세시장의 변수는 금리와 입주물량이다.
단기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전세대출 비용 증가로 전세수요 상당수가 월세로 전환됐다. 여기에 더해 이전 정부 때 시행됐던 계약갱신청구권의 1회 사용 물건들이 인상된 전셋값이 반영되지 않은 채 거래되면서 전셋값이 하락했다.
입주물량은 많을수록 전셋값 약세는 불가피하다. 특히 평년보다 물량이 많은 곳은 적어도 해당 시점은 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분양을 받아 놓고 잔금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는 수요자들로 인해 매매시장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권 팀장은 “지난해 수차례 인상됐던 금리는 올해 인상 횟수,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전세대출 금리도 시간이 갈수록 점차 안정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으면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내년 상반기에는 전세 하락이 줄고, 상승 전환하는 곳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