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년도 대비 하회 전망에 매력 잃은 것으로 풀이돼
“물가 상승 요인 여전히 존재해” 지적도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처 중 하나인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가 지난해 대비 저조한 거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물가상승 우려가 잦아들면서 매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물가 상승 요인이 아직 잔존해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11일까지 채권 장내 시장에서 물가채 거래대금은 2094억8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650억3300만 원)보다 줄어들었다.
물가채는 원금이 물가와 연동해 움직이는 국채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준으로 6개월마다 원금을 늘려 가산한다. 물가가 올라가는 만큼 원금 이익을 볼 수 있어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으로 꼽힌다.
물가 상승률이 가팔랐던 지난해 10월 물가채 거래대금은 6414억 4800만 원, 11월 6137억2200만 원으로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자금이 대거 몰렸다.
그러나 12월에는 2094억8900만 원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북클로징 시기임을 고려하더라도 2021년 12월(5702억4300만 원)보다 뚜렷하게 줄었다.
12월부터 부쩍 물가채 거래액이 줄어든 것은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도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읽힌다.
지난달 한국 CPI는 전년 대비 5.0% 상승한 109.2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전년 대비 6.3% 상승) CPI 상승률보다 1.3%p 하락한 것으로 물가 상승률 둔화세를 나타냈다.
연간 CPI 상승률도 지난해에는 5.1%, 올해 3%대로 물가 상승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을 이어온 미국은 지난해 11월 CPI 지수 297.71로 전년보다 7.1% 상승했으나 이는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돈 것이었다. 12월 CPI 역시 전년 동월 대비 6.6% 수준으로 전망돼 물가상승 둔화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미국 물가채 상장지수펀드(ETF)는 자금 순유출이 진행 중이다. 단기 물가채 ETF(VTIP)와 장기 물가채 ETF(LTPZ) 모두 3분기~4분기 초 최고점을 이룬 뒤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그러나 물가상승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 10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은 물가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세는 일시적이며,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방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작년 11월~12월 물가는 2021년 겨울 급등한 농산물 가격의 영향으로 발생한 역기저 효과로, 1월부터는 역기저 효과가 완화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요금 인상도 물가의 상방 요인이다. 올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 서울시 내 대중교통 요금 인상 등이 물가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며 “2023년 한국은행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3.6%로 블룸버그 예상치인 3.3%보다 높다.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만큼 한은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