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조기경보체계와 허용한도 관리...리스크 관리 강화
플랫폼 강화 위해 '올원뱅크' '슈퍼앱'으로 대변신 예고
올해 디지털 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DT부문을 신설
은행이 매력적일 수 있을까. 지난해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이 발생하자 은행권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위기 대응의 선봉에 섰다. 이에 시장에서는 은행을 두고 역시 금융시장의 맏형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고금리로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은행에 대한 여론은 불과 몇 달만에 반전됐다.
은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듯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고금리, 물가상승, 부동산 경기 악화 등 복합위기의 상황을 '매력적인 은행'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은행장이 있다. 이석용<사진> 신임 NH농협은행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행장은 지난 4일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신입행원을 만나고 현장을 직접 찾는 등 소통 행보로 분주하다. 가는 곳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매력적인 은행을 강조한다. 이 행장은 "융·복합 시대의 디지털혁신을 통해 은행과 비은행 간 경계를 넘어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며 청사진을 밝혔다.
본지는 15일 이 행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의 향후 목표와 계획을 들어보고, 올해 경영 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ㆍ내외적인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은행들도 혁신을 통한 성장과 함께 리스크 관리에 치열한 한해가 예상된다. 이 행장도 난관을 해쳐나가 위한 계획을 최우선으로 마련했다.
이 행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여러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디지털 전환 과제에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우리 농협인들이 위기에 강한 DNA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올 한해 높은 금리와 물가 수준이 유지되며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금융시장 불안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행장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그는 "고금리와 경기 하방에 취약한 익스포져(위험노출)에 대해서는 잠재리스크 점검을 강화해 고위험군을 선별·중점 관리하겠다"면서 "시나리오별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정교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위험대응력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 조기경보체계와 허용한도 관리를 강화해 시장의 이상 신호를 적시 파악·대응하는 등 안정적인 유동성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행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충분한 준비와 도전 정신으로 농협은행을 '고객이 먼저 찾는 매력적인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신뢰 경영 강화, 리스크 관리체계 개선, 디지털 전환, 비이자 부문 체질 개선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고객이 매력을 느끼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먼저 플랫폼 강화 등 디지털 혁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행장은 "고객에게 일상에서의 새로운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개인고객 플랫폼인 ‘올원뱅크’를 종합금융과 생활서비스를 연계한 슈퍼앱으로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프로세스도 개선한다. 그는 "업무프로세스 재분석을 통해 기존의 서류업무를 디지털화해서 영업점은 자산상담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디지털 여신센터 신설에 이어 자산상담 등 비대면 영업조직 확대로 고객의 니즈가 비대면에서 시작해서 비대면에서 끝날 수 있는 서비스 환경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기반 가치 창출을 위해 데이터 기반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고 전행에 걸쳐 데이터 활용기반을 마련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추친체계도 강화한다. 이 행장은 "올해 디지털 전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DT부문을 신설해 모든 부서에 디지털전환을 이식하겠다"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할 체계를 구축한 만큼 기존 사업 확대와 AI, 블록체인 등 신사업과 이종사업 제휴의 영역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부분도 각별히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이 행장은 "내부통제는 고객 신뢰를 형성하는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에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모든 사업의 시작점이라 인식하고 있다"면서 "사고발생 위험도가 높은 업무에 대한 상시감시 체계를 강화고, 내부통제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석준 신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의 시너지도 예상했다.
이 행장은 "지주회장님과 은행장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만큼, 깨끗한 백지 위에서 두 조직간 의견을 교환하고 합을 맞춰가며, 미래 청사진과 경영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주 회장님께서는 농협조직과 금융환경, 미래 방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보여 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각에서 문제를 보게 되면 다양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지주 회장님께서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경륜을 바탕으로 지주의 다양한 금융사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면, 지주의 맏형격인 은행에서 그에 맞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