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은행주, 투자 매력 크지만 보유 한계 있어
고갈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는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배당을 자랑하는 은행주를 보유하는 데 한계가 있자, 시장에선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수익을 위해 은행주 지분 제한(시중은행 10%, 지방은행 15%)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16일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은행은 국민한테 이자를 받아서 장사하는 로컬 비즈니스”라며 “국민연금의 (은행주) 지분율이 올라가고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은행의) 이익이 국민에게 환원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동일인은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지방은행지주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각 금융지주 지분율은 지난해 9월 30일 기준 △DGB금융지주 10% △BNK금융지주 9.53% △하나금융지주 8.40% △신한지주 8.22% △KB금융 7.97% △우리금융지주 7.86% △JB금융지주 7.79%다. 이중 DG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보유 한도를 거의 채워 은행주를 갖고 있는 이유는 국내 은행의 막강한 수익 때문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4대 금융지주(KB국민, 신한, 우리, 하나금융지주)는 이자 수익으로만 65조9566억 원을 벌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년도보다 30.1% 더 벌어들인 것이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가 은행주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은행주만큼 연금으로 들고 있기 좋은 주식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주는 또 고배당주로 분류돼 주가 하락으로 손실이 나도 배당으로 어느 정도 보전된다. 증시 위축에 따른 손실을 일부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감안해 금융당국이 배당을 자제하라고 하기 전인 2019년 우리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6.6%였다. 이외에도 KB금융 26%, 하나금융지주 25.6%, 신한지주 25%다. 지방은행을 가진 지주는 이보다 조금 낮다. DGB금융지주 21.2%, BNK금융지주 20.9%, JB금융지주 17.1% 등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금융지주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던 금융당국이 스탠스를 바꾼 것도 은행주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당시 금융감독원장이었던 정은보 원장은 시중은행 임원들을 불러모아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은행들에 배당을 자제하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기존보다 배당에 완화된 입장을 취했다. 지난달 이 원장은 “금융회사가 (어려움을) 감내할 여력에서 배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생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얼라인파트너스도 은행의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과도하게 낮다며 ‘국내 은행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최근 신한금융지주는 자본비율 12%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 주주 환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에 ‘은행주’는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5년에 1번씩 이뤄지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기금 고갈 시기는 점차 앞당겨지고 있다. 2013년 재정계산에선 소진 시기가 2060년이었으나, 2018년 계산에선 2057년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특정 종목 비중 한도 등 국내 주식 운용상 제약이 많다”며 “제약이 있으면 수익률 감소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연금의 은행주 보유 한도 확대 시 남 연구원은 “최고경영자(CEO) 승계 등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건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