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하는 ‘라인’은 속칭 ‘막장 가족’의 이야기다. 사건의 피해자인 엄마(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가 마음의 상처를 연애로 치유하겠다며 새로운 남자친구를 집으로 들일 때 관객은 이 가족의 범상치 않았을 지난날들을 추정하게 된다.
‘라인’은 이들의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제목이 의미하는 바 대로 가족 사이에 그어진 넘지 못할 심리적 경계선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작품이다.
사건 이후 막내딸 마리옹(엘리 스파그놀로)은 밧줄을 들고 집 근처 100m를 측정해 페인트로 또렷한 선을 그린다. 더 이상 갈등을 촉발하지는 말라는, 큰 언니 마르가레트(스테파니 블렁슈)를 향한 진심어린 경고다.
연출을 맡은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은 해외배급사 메멘토 인터네셔널을 통해 “대부분 스토리에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것은 인물들의 만남이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의 역동성은 주인공과 나머지 가족들 사이의 거리 그 자체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관객은 몇 가지 단서로 이들이 왜 멀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가늠한다. 엄마는 너무 이른 임신으로 음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고, 그렇게 태어난 큰딸은 유독 말썽스러웠다. 극 중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감독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큰딸이 “경계선적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과 유사하다”고 여기고 연출했다고 한다.
다만 ‘대체 왜’를 궁금해하는 관객에게는 애매한 뒷맛을 남길 수 있는 전개다. 가족간 물리적 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뒤따르는 건 사건의 전말이 아닌, 가족 구성원 각자가 품고 있는 어떤 정서다. 갈 곳을 잃은 큰딸은 전 남자친구를 찾아가 위안받고, 막내딸은 신에게 더 간절하게 기도할 뿐이다.
답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서사를 보완하는 건 음악이다. 큰딸 역을 맡은 스테파니 블렁슈는 가수 겸 배우로 이 작품을 감독에게 직접 제안하고 시나리오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가 역동적인 분노를 잠재운 채 선보이는 쓸쓸한 음성의 몇몇 장면은 이 영화의 주요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대목이다.
가족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적 충돌을 은근한 방식으로 조망하는 접근은 위르실라 메이아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뒤 국내 개봉했던 ‘시스터’(2012)에서도 스키장 물건을 훔쳐 파는 어린 남동생과 그에 의탁해 살아가는 철없는 누나(레아 세이두)의 이야기로 망가져가는 가족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시선을 보여줬다.
신작 ‘라인’은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칸의 거장 다르덴 형제가 제작을 맡은 작품인 만큼,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또한 관심을 둘 만하다.
18일 수입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감독의 데뷔작이자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했던 ‘홈’(2008) 역시 망가져가는 가족을 그린 작품이었다”면서 신작 ‘라인’은 “경계선을 그어도 결국에는 멀어질 수 없는 가족 이야기에 더해 ‘사람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