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구조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지난해에는 5% 이상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물가에 중점을 두었다면,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 및 금융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도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말씀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은은 이러한 정책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며, 시장과의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은이 그간 물가안정에 사실상 올인하면서 기준금리를 급하게 인상해왔던 기조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1월13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급격히 번지고 있는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에도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7번의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에서 연속으로 금리인상 결정을 한 바 있다. 이중 작년 7월과 10월은 빅스텝(50bp 금리인상, 1bp=0.01%포인트)이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 역시 1.25%에서 3.50%로 높아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인 2008년 11월(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CPI)는 지난해 12월 전년동월대비 5.0% 상승해 작년 5월(5.4%) 이래 8개월연속 5%를 웃돌고 있는 중이다. 작년 7월에는 6.3%까지 치솟아 1998년 11월(6.8%) 이후 23년8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었다.
한은은 작년 7월을 정점으로 소비자물가가 점차 낮아지겠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가 상반기 4.2%를 기록한 후 하반기 3.1%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한은은 올 1월 금통위에서도 이같은 전망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 내다봤었다.
이 총재도 “올해 물가 흐름을 예상해보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경기하방압력이 커지면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 둔화 흐름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 영향이 CPI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주요국과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지난해 유로지역의 전기·가스요금 등 에너지요금 상승률이 40%를 상회한 반면 한국에서는 13%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해 유가 수준이 작년보다 낮아지더라도 한국의 경우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금년중 전기·가스요금 등에 뒤늦게 반영되면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가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및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이러한 차이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국의 가계부채 구조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의 단기부채 및 변동금리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며 “통화 긴축 및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 및 경기의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금리 인상 효과의 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간에 상충관계가 커질 수 있으며, 이는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