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보수의 심장’ 대구 찾아...20일에는 MB 예방
나경원, 장고 돌입...윤석열 대통령 귀국 후 입장 밝힐 것
유승민, 11일 이후 공식 행보 멈춰...“이번만큼은 충분히 생각할 것”
설 연휴 전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사이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돌고 있다. 장고에 들어갔던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온 뒤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두 잠룡의 출마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는 다시 흔들릴 전망이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뜻과 방향을 같이할 수 있는 분 모두와 폭넓게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통해 당의 화학적 통합을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 반김기현’으로 전당대회 구도가 굳어지자 나 전 의원 등을 포함한 비윤(비윤석열)계 후보들을 포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승기를 잡았지만, 추후 장제원 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이날 ‘당선되면 장제원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맡길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당직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의원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안 의원은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공략했다. 안 의원은 대구 서문시장 방문 후 기자들을 만나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지 않았냐”며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상인분들의 말씀을, 현장의 말씀을 직접 듣고 거기에 따른 여러 가지 대책들을 마련하러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보수 외연을 확장한다.
한편, 비윤계로 낙인찍힌 나 전 의원은 장고에 들어갔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지금 침잠이나 숙고 모드로 들어가 있다”며 “(출마 여부는) 귀국 이후에 할 것이고 당분간은 공개 행보는 자제하고 조용히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초선 의원 50명의 규탄에 나 전 의원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참 인간적으로도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황에 하태경 의원은 “캔디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고 다시 일어나서 힘차게 달려라”라며 “저는 나경원 의원에게 캔디송을 들려주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연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쓴소리를 퍼붓던 유 전 의원도 지난 11일 영남일보 유튜브에 출연한 이후 공식 행보를 멈췄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송구하지만 이번만큼은 충분히 생각하겠다. 스스로 신념, 확신이 생기면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 측에 따르면 당분간 공식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후보 등록이 내달 2~3일로 정해진 만큼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전당대회 시계는 가파르게 흘러갈 전망이다. ‘당원 투표 100%’에 결선 투표제까지 도입된 만큼 누가 승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주된 시선이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누가 될지 모르겠다. 반반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권 중진 의원도 “결선투표로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