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가 조만간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한다. 이달 초 '어닝 쇼크' 수준의 잠정 실적을 공개한 만큼 전망은 어둡다. 관심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위축된 반도체, 가전 부문과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관측되는 전장 부문의 확정 실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31일, 27일에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연간 매출액 30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0조 원, 4조3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8%, 69.00% 줄었다. 잠정치이지만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 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 원) 이후 8년여 만이다.
삼성전자의 잠정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방 수요가 위축된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 사업부에 걸쳐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수요 부진에도 투자 축소,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태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일에 열리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사업부분별 실적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DS(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3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5조1000억 원이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전을 포함한 DX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 원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3조5300억 원보다 1조 원가량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지난해 3분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감소한 1조 원 중반대를 예상했다.
LG전자의 상황도 밝지 만은 않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21조8597억 원, 655억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2021년 4분기보다 매출액은 5.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1.2%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7466억 원과 비교해도 91.2% 줄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을 밑돈 것은 2018년 4분기(757억 원) 이후 4년 만이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분기 21조1770억보다 3.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사상 처음으로 80조 원을 돌파한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9% 증가한 83조4695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6% 감소한 3조5472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LG전자의 수익성 악화는 원가 및 물류비 상승, 고금리, 고환율,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TV, 가전 등 주력 상품 수요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사업부별 구체적인 영업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VS(전장)사업부를 제외하고 TV와 생활가전 등 HEㆍH&AㆍBS 사업부에서 모두 부진을 겪었다. LG전자는 "가전사업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흑자 규모가 감소했고, TV 사업은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며 "전장사업의 경우 완성차 업체의 안정적인 주문 물량 유지 및 주요 원재료에 대한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지난해 경영 성과는 전장 부문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하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약 13조 원, 영업이익은 41% 성장한 8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증권가의 예상대로라면 하만은 삼성전자에 M&A 된 지 6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게 된다.
LG전자가 2013년 신설한 VC(전장)사업본부는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LG전자 VS사업본부의 지난해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8조6000억 원, 17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워낙 안좋다보니 삼성과 LG의 주력 사업들이 부진해 실적이 안좋을 것"이라면서도 "삼성과 LG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전장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