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가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퇴원 요구를 거부하며 진료비를 내지 않는 등 의료진의 지시를 무시하는 환자와는 진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2단독 정진원 판사는 서울대학교병원이 환자 A 씨와 그의 가족들을 상대로 제기한 병실명도 및 진료비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2016년 1월 21일 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폐렴 진단을 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돼 한 달 뒤 일반 병동으로 이동했다. 7개월이 지나고 A 씨는 휠체어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고, 재활치료만 남은 상태가 됐다.
병원 측은 같은 해 12월 퇴원을 요구했지만, A 씨가 이를 거부하자 병실명도 및 진료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 씨 측은 폐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몸 상태가 악화됐고, 치료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 즉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하고 퇴원을 요구할 수 있다.
정 판사는 “A 씨의 상태 호전을 위한 급성기 치료는 종결된 상태로 보인다. 또 병원이 퇴원 요청을 한 이후 A 씨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다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A 씨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치료는 반드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시행되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A 씨의 가족들은 환자에게 산삼 농축액과 한약재 등을 L튜브를 통해 투입하는 등 의료진의 지시를 무시했다”며 “병원이 A 씨와의 진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2015년 1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의사는 진료할 때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재량권을 가진다. 그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니라면 진료의 결과를 놓고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처를 한 것은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
정 판사는 A 씨 측이 제기한 맞소송에 대해 “진료 기록을 감정한 감정의가 A 씨의 폐렴 치료에 대한 진단 및 치료와 관련해 의료진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회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 씨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에게 과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치료의 부작용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한 사실 또한 인정된다”고 설명하며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