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인 설 연휴, 밥상머리 화두는 단연 ‘난방비 폭탄’이었다. 손발이 꽁꽁 얼어붙어도 보일러 한번 후끈하게 돌리지 못하고 털 양말에 패딩 조끼까지 껴입고 살았는데 난방비가 전달보다 몇 배는 더 나왔다며 모두가 속상해했다.
여기에 정부가 2분기 가스요금을 또 올린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세초 밥상은 한숨으로 뒤덮였다. 서민들 주머니 사정도 봐주지 않고 더 꽁꽁 얼어붙는 난방비. 이유가 뭘까.
도시가스 요금 급등 여파로 난방비가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가족·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엔 어김없이 난방비가 화두였다. 설 연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국민 평형으로 꼽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관리비가 50만 원에 육박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4만5500원 냈던 난방비가 7만9300원 오르면서 12만4800원이 됐다고 한다.
설 연휴 준비에 정신없었다가 관리비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는 한 블로거는 “올겨울이 유난히 추워 난방을 지난해보다 약간 더 돌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썼나 싶을 정도로 많이 나왔다”라며 부과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6만5540원(기본+세대)이었던 난방비는 2022년엔 9만980원으로 39%나 인상됐다.
경기도에 있는 한 아파트 관리실은 ‘난방비가 너무 많이 청구됐다’는 민원이 급증하자 “잘못 고지된 게 아니니 문의 전화를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도시가스 요금을 올린 정부가 올해 1분기에는 동결을 결정했지만, 기록적인 한파에 서민들의 원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난방비가 급격하게 오른 원인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LNG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백만비티유)당 34.24달러로 전년 15.04달러와 비교해 128% 올랐다.
지난해 국내 LNG 수입액은 약 62조 원으로 전년 약 31조5000억 원보다 2배 증가했다. 지난해 6월과 12월 수입 단가를 비교하면 1t(톤)당 762달러에서 1255달러로 60% 이상 늘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주택용·산업용 요금을 기준으로 메가줄(MJ·가스사용 열량 단위)당 5.47원을 올린 것도 가격 급등에 영향을 줬다.
문제는 올해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해보다 더 오른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난방용 에너지 대부분은 LNG를 연료로 한다. 국내 LNG 공급을 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원가 이하의 가스요금 때문에 미수금이 가파르게 쌓인다며 가스요금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전기·가스 요금 조정안 대국민 설명문’을 통해 “동절기 난방비 부담 등을 고려해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하지만, 2분기 이후부터는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공공요금이 줄인상 되면서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 차례 걸쳐 38% 오른 가스 요금은 2분기 이후 지난해의 1.5∼1.9배 수준으로 더 인상될 예정이다.
수년간 요금 인상을 자제해 온 가스공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9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곡소리 나는 난방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겨울철 난방비 절약 꿀팁 5가지’는 △온수 사용 후 냉수 쪽으로 수도꼭지 돌리기 △외출할 때는 보일러 외출 기능 틀기 △보일러 틀 때는 가습기와 함께 틀기 △적절한 실내온도로 유지하기△원룸이 아니라면 난방 밸브 확인하기 등이다.
먼저 온수를 다 쓴 후 수도꼭지를 냉수로 돌려놓아야 한다. 처음 물을 틀었을 때 잠깐이지만 온수 쪽 물이 나올 때 보일러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외출할 때는 보일러를 끄기보다 최소한의 열을 유지하도록 외출로 해놓는 게 좋다. 가습기를 쓰면 공기 순환이 원활해져 실내 온도가 더 빠르게 오른다. 겨울철 실내 적정 온도인 18~20도 맞추고 양말과 수면 바지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방이 2개 이상인 집에선 각 방에 공급되는 온수 조절 밸브를 부분적으로 잠그면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혹한기에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선 모든 밸브를 열어 난방 수(水)를 순환시켜야 한다.
이 밖에도 두툼한 커튼을 설치해 창문의 한기를 막아주거나, 바닥에 카펫이나 얇은 이불을 깔면 온기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난방비를 아끼는 데 성공했다면, 절약에 대한 보상도 청구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도시가스 절약 캐시백’이 그것이다. 전년도 사용량보다 7% 이상 도시가스를 덜 쓰면 절감량에 따라 현금으로 돌려준다. ‘주택 난방용/중앙난방용’ 도시가스 요금제 사용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캐쉬백 지급단가는 △7% 이상 절감하면 30원/㎥ △10% 이상 절감하면 50원/㎥△15% 이상 절감하면 70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