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계속됐던 물가 상승이 브레이크 없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생수와 아이스크림, 햄버거 등 먹거리에 택배비까지 올라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선두업체들이 가격 인상의 물꼬를 트면서 경쟁업체들도 곧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내달 2일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약 5.1% 인상한다고 6일 밝혔다. 대표 메뉴인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단품 가격은 4500원에서 4700원, 세트 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으로 비싸진다.
롯데GRS 관계자는 “물류 공급의 어려움 및 물류비·인건비 상승 등 대내외적 요인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은 감소하는 상황으로 가맹점 동반성장 및 소상공민 이익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판매가 조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값도 오른다. 빙그레는 다음달부터 메로나, 비비빅 등 바 아이스크림 7종과 ‘슈퍼콘’ 등 콘류 아이스크림 소매점 판매가를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빙그레의 이번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은 지난 3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투게더, 메로나 등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소매점 기준 최대 25% 인상한 바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유가공품 등의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제조원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생수와 음료 등도 비싸진다.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는 다음달 1일부터 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올릴 계획이다. 이는 2018년 이후 5년 만의 가격 조정이다. 다음달부터 대형마트에서 500㎖는 480원, 2리터(ℓ)는 1080원에 판매된다. 삼다수 측은 “인건비와 페트병 제조원가 등 재룟값 상승에 따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웅진식품도 내달부터 하늘보리, 초록매실, 아침햇살 등 음료 20여종의 가격을 평균 7% 인상하기로 했다. 편의점 가격 기준으로 아침햇살(500㎖)은 2000원에서 2150원으로, 하늘보리(500㎖)는 1600원에서 1800원으로, 초록매실(180㎖)은 1300원에서 1400원으로 각각 오른다.
앞서 홈플러스는 이달부터 ‘홈플러스 시그니처 1A 우유’(930㎖) 가격을 8.6% 올린 2150원에 팔고 있다. 또한 주요 식음료 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진다. 롯데제과는 내달 1일부터 만두, 돈가스 등 일부 냉동제품 가격을 5∼11% 인상한다. 농심켈로그는 콘푸로스트와 첵스초코 등 시리얼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리고, SPC삼립은 정통크림빵 등 일부 제품의 편의점 가격을 20% 가량 올린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반값택배비도 인상된다. 편의점 GS25는 반값택배 운임을 내달 1일부터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중량 500g 이하 물건은 기존 1600원에서 1800원으로, 500g~1㎏ 이하는 기존 1900원에서 2200원으로 각각 200원, 300원 비싸진다. 중량 1~5㎏ 이하 물건 운임은 기존 2300원에서 2600원으로 300원 인상된다.
문제는 최근 생활물가 상승이 시작에 불과하다 점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리아와 빙그레, 삼다수, 웅진식품 등이 제품 값을 올리면서 경쟁사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본다. 통상 선두 업체가 가격 인상의 물꼬를 트면 후발 주자들이 뒤이어 인상하는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삼다수가 가격을 인상하자 다른 생수업체들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2021년 롯데리아의 가격 인상에 이어 노브랜드와 버거킹, 맥도날드도 제품 값 인상에 나섰다.
빙그레의 빙과류 점유율은 2020년 인수한 해태아이스크림과 합산할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42.2%다. 이는 롯데제과(40.7%)에 앞선 1위다. 약 40% 가량의 생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삼다수는 8~14% 사이 점유율의 롯데 아이시스와 농심 백산수를 압도한다.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도 하이트진로 블랙보리를 뒤로하고 RTD(바로 마실수 있는) 보리차 업계 1위 브랜드다. 편의점 GS25와 롯데리아도 각각 편의점업계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선두 업체로 꼽힌다.
가격 인상 원인으로 원자재값과 물류·인건비 인상이 지목되지만, 최근엔 급격히 오른 난방비와 전기료도 부담이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상승했다. 전기료는 지난해 세 차례(4·7·10월)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오른 데 이어, 이달초 13.1원 올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계 선두업체가 총대를 매고 가격 인상에 나서면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기 한결 수월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가격 인상을 적극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도 “촤근 전기세와 난방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가맹점주들의 가격 인상 요구가 많다”면서 “롯데리아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점주들의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위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너 나 할 것 없이 덩달아 가격 인상에 올릴 가능성이 높다”라며 “식품의 경우 구매 빈도가 높아 가격 인상은 서민들의 생활에 위협적”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가격 인상에 대해 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이 교순 “업체들은 원자재 조달 등 비용 절감에 노력하고, 사회적 책임감을 높여야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8로 전년대비 5% 올라, 작년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며 서민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