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거래 한파가 지속하면서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새로 개업하는 곳보다 더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는 10월 이후에는 새로 문을 여는 곳이 많아지지만, 시장 하향세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서다.
26일 본지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전국기준 폐업하거나 휴업한 중개업소는 총 2072곳(폐업 1908곳, 휴업 164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신규 개업 1280곳 대비 61.87% 많은 수치다. 지난해 월간 기준으로도 폐·휴업한 중개업소 수가 가장 많았다.
전체 17개 시·도 중 충북(신규 33곳, 폐·휴업 24곳)과 제주(신규 40곳, 폐·휴업 22곳)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폐·휴업 공인중개업소가 더 많았다. 특히 수도권에서 이러한 역전현상이 더 심했다. 12월 기준 서울의 폐·휴업 수는 483곳으로, 개업 수 290곳보다 193곳 더 많았다. 경기(신규 356곳, 폐·휴업 539곳)와 인천(신규 91곳, 폐·휴업 141곳)도 역전현상이 컸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하더라도 새로 개업하는 공인중개업소가 폐·휴업하는 중개업소보다 더 많았다. 그러나 8월에 폐·휴업한 공인중개업소가 1066곳으로, 개업 수 906곳을 앞지른 이후 △9월(신규 918곳, 폐·휴업 1058곳) △10월(신규 837곳, 폐·휴업 1080곳) △11월(신규 853곳, 폐·휴업 1209곳) △12월(신규 1280곳, 폐·휴업 2072곳) 등 5개월 연속 역전현상이 계속됐다.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 봤을 때는 대구, 울산, 경남, 세종 등 4곳에서 폐·휴업 중개업소가 신규 개업한 중개업소보다 많았다. 특히 대구는 폐업한 중개업소가 658곳으로, 같은 기간 신규 개업 604곳 대비 크게 웃돌았다. 휴업 역시 70곳으로 집계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통상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있는 10월 이후에는 새로 개업하는 중개업소가 크게 늘어 폐·휴업하는 곳들보다 많아지는 데 최근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매나 임대차 거래가 줄면서 문을 닫는 곳들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거래절벽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거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8만35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거래량인 63만8698건 대비 56.10% 급감한 수치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연립주택 등 전체 주택으로 표본을 넓혀봐도 매매 거래량은 같은 기간 96만1397건에서 48만187건으로 반토막났다.
최근에는 정부가 시장 연착륙을 막기 위해 규제지역 해제,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 재건축 허들을 낮췄지만,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아서 거래가 뜸하다. 그러다 보니 작년부터 쉬는 중개업소들이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올해 역시 이처럼 쉬거나 문을 닫는 중개업소들이 많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거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문을 닫는 공인중개업소들이 많아졌다”며 “최근에는 프롭테크 시장도 커지고 있어 올해 역시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